식별력과 상표 유사에 대한 판단 순서

식별력은 상표등록의 1차 요건이다. 식별력이 있다는 전제에서 타인의 상표 출원이나 상표 등록과 유사한지 여부를 비교한다. 등록되는 상표는 원래부터 식별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브랜드는 처음에는 식별력이 없는 문자이었다가 추후 비즈니스가 성공하여 식별력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비즈니스의 성공은 곧 소비자 보호와 연결된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나 거래자에게 알려지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상표권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상표 유사 판단에 대한 원칙

상표등록의 1차 요건인 식별력에 문제가 없다면, 상표의 유사 판단 단계로 넘어간다. 다음은 지식재산처 상표심사기준의 상표 유사판단에 대한 원칙이다.

『상표의 유사여부는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되는 두 개의 상표를 놓고 그 외관·호칭·관념 등을 전체적·객관적·이격적으로 관찰하여 일반수요자나 거래자가 상표에 대하여 느끼는 직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거래상 상품출처의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호칭·외관·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차이가 있어 거래상 상품 출처의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없는 때에는 유사한 상표라고 할 수 없고, 반대로 각 요소에서 서로 다른 부분이 있어도 전체적으로 볼 때 일반수요자나 거래자가 오인·혼동을 일으키기 쉬운 경우에는 유사한 상표로 보아야 한다.』

문자 상표의 유사 판단

상표등록이 가능한지 여부는 두 개 상표의 발음(호칭), 겉모습(외관), 의미(관념)을 비교한다. 문자 상표는 다른 상표와 비교할 때 전통적으로 발음(호칭)이 비슷한지가 중요하다. 대법원(97후3050)은 “오늘날 방송 등 광고선전 매체나 전화 등의 광범위한 보급에 따라 상표를 음성 매체 등으로 광고하거나 전화로 상품을 주문하는 일 등이 빈번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문자상표의 유사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는 그 호칭의 유사 여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한글 상표의 경우 여러 음절로 구성되어 있다면 첫 음절이 가장 중요하게 취급된다. 첫 음절을 강하게 발음하는 언어 습관 때문이며, 음절이 많아질수록 마지막 음절의 발음은 중요도가 떨어진다. 영어 상표는 그 발음을 한글로 변환하여, 한글 상표의 유사 여부와 동일한 원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

문자 상표의 발음 vs 겉모습

아래 ‘Urbansys’ (출원상표)는 먼저 등록된 상표 ‘AVANCIS’와 유사한 것일까? 문자상표는 발음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영어 상표는 그 발음을 한글로 변환하여 비교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출원상표는 ‘어반시스’로, 선등록상표는 ‘아반시스’로 발음된다고 한글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양 상표의 발음은 거의 동일하고 전체적으로 청감이 유사하여 상표가 유사하다고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2020후10957)은 출원상표 ‘Urbansys’와 먼저 등록된 상표 ‘AVANCIS’의 유사 여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출원상표는 ‘어반시스’로, 선등록상표는 ‘어반시스’ 또는 ‘아반시스’로 호칭될 것으로, 그 차이가 크지 않아 전체적인 청감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양 상표는 외관이 완전히 상이하다. 양 상표 모두 알파벳의 대문자 또는 주로 소문자로 이루어진 문자상표로서 그 철자의 구성도 다르며 거의 겹치지도 않는다.

또한, 이 사건 출원상표는 ‘도시의’를 의미하는 ‘urban’과 ‘체계’ 등을 의미하는 ‘system’의 약어 ‘sys’를 결합한 조어로 ‘도시의 체계’ 정도로 관념될 수 있을 것이나, 선등록상표는 특별한 관념이 없어 보이는 조어로 양 상표의 관념을 대비할 수 없다.

이와 같이 호칭이 일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양 상표의 외관이 현저히 다르고, 관념을 대비할 수 없는 이상 일반 수요자에게 상품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겉모습이 중요해진 문자 상표

시대 상황이 변하면 상표 유사 판단 기준도 변경해야 한다. 기존에는 문자 상표의 경우 발음이 중요했지만 이제 상표의 겉모습(외관)도 중요해졌다. 기존 판결이 선고된 지 20년이 흘러 이제는 전자기기에서 인터넷 쇼핑몰 화면을 보면서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다. 따라서 상표의 발음보다는 그 겉모습이 다르다면 소비자는 브랜드를 혼동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대법원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상표의 겉모습이 중요해진 만큼, 만일 먼저 등록된 상표와 발음이 비슷해도 소비자가 확연히 구별할 수 있는 철자나 도형이 포함되어 있다면, 상표의 겉모습이 다르다는 주장으로 상표등록을 추진할 수 있다.

김태수 변리사

김태수 변리사입니다. 저는 지식재산을 알기 쉽게 꾸준히 강의하면서, , , 라는 도서를 발간하였습니다. 앞으로 지식재산 채널을 통하여, 지식재산의 이슈와 현황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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