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Nokia)는 2007년까지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1위 기업이었고, 핀란드의 수출과 세수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런데 2007년 애플이 아이폰(iPhone)을 출시하여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겼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이라는 큰 변화의 물결에 대응하지 못해 영업 이익과 점유율이 끝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노키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는 2013년 9월 노키아의 휴대 전화 사업 부문을 약 8조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노키아의 특허권 소유이다. 노키아는 휴대 전화 사업부문을 매각하지만, 해당 특허권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지 않았다. 대신 마이크로 소프트는 노키아의 특허권을 향후 10년간 사용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에게 특허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노키아가 휴대 전화 사업을 중단하여 더 유리한 입장에 놓이기 때문에,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더 많은 로열티를 노키아에게 지불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휴대 전화 제조업체는 로열티의 지출이 늘어나게 되어, 제조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제조 비용이 증가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견제할 수 있고, 노키아도 특허 로열티를 증가시킬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유리한 계약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인수 중심에는 특허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인수 결정에 대해 많은 걱정이 쏟아졌다. 노키아가 특허 공세를 강화하면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을 것이란 염려 때문이다. 즉, 노키아가 특허 괴물 (patent troll)로 변신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노키아는 이제 휴대전화를 제조하지 않는 기업이 되었다. 한국의 휴대전화 제조 업체는 자신의 특허권을 제품이 없는 노키아에 더 이상 행사할 수 없게 된다. 특허권의 속성상 특허권은 제조업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비제조업체가 가지고 있을 때 더욱 강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키아가 특허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수익을 창출할 것은 명약관 화하다. 노키아가 특허 괴물로 변신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심도 깊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의 합병 승인은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특허 로열티 증가라는 등식을 성립시킨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 경쟁 당국이 합병을 승인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고심 끝에 자국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를 위하여 조건부 승인을 하였다. 표준 특허에 대해 프랜드(FRAND: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조건 등을 내걸었다.
기업이 연구 개발을 통하여 제품을 판매하지만, 제품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면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특허권이며, 이 특허들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노키아는 특허 로열티 수익을 끌어올리면서 이 수익을 다른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이 당시 노키아는 특허 로열티 수익을 이용하여 이동 통신 사업, 사물인터넷, 지도 서비스 등의 사업으로 부활하고자 노력하였다.
특허 괴물(Patent Troll)이란 용어는 한국의 언론 매체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피터 뎃킨(Peter Detkin)으로 알려져 있다. 피터 뎃킨이 인텔(Intel)의 사내 변호사로 있던 시절, 인텔은 테크서치(TechSearch)로부터 특허침해소송을 당했다. 테크서치는 파산한 기업으로부터 5만 달러에 특허를 사들여 50억 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인텔에 제기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에서 피터 뎃킨이 ‘특허 괴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테크서치가 5만 달러에 사들인 특허를 이용해 50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 ‘특허 괴물’이라는 용어는 한국 기업이 특허로 인해 피해를 본다는 인식에서 확산된 개념이다. ‘특허 괴물’이라는 용어는 비제조업체(NPE: Non Practicing Entity)의 대명사처럼 사용되었다. 이는 특허 괴물의 폐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표현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모호한 용어의 사용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비제조업체(NPE)라 할 수 있는 대학, 연구소도 특허 괴물로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제조업체를 비판만 하면 특허의 활용을 경시하는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 제조업체가 비제조업체가 되기도 하고, 비제조업체가 사업에 성공하면 제조업체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비제조업체의 특허권 행사가 무서운 이유는 특허권의 속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허권은 독점적 권리인가, 배타적 권리인가? 한국 특허법은 특허권의 효력에 대해 “특허권자는 업으로서 그 특허 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한다”고 하면서도 “특허권자가 그 특허발명의 출원일 전에 출원된 타인의 특허발명을 이용한 경우에는 그 특허권자의 허락을 얻지 아니하고는 자기의 특허발명을 업으로써 실시할 수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특허권은 독점권인 것으로 전제하면서도 다른 특허발명을 이용하려면 그 효력이 제한된다는 논리 전개다.
하지만 미국 특허법은 특허권이 다른 사람들이 실시하는 것을 배제할 수 있는 권리(the right to exclude others from making, using, offering for sale or selling the invention)라고 정의하고 있다. 만일 특허권이 독점권이라면 특허를 획득해서 제품 을 생산하는 데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게 된다. 배타권이라면 타인이 자신의 특허발명을 사용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이며, 자신에게 특허권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특허권을 침해한다면 제약이 따르게 된다.
쉽게 말하면, 만일 A 회사가 의자를 먼저 개발하여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에 B 회사가 등받이를 추가한 의자를 개발하여 특허를 등록받았으며, B 회사는 등받이를 추가한 의자를 만들어 판매하였다. A 회사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 일까? 특허권이 독점권이라면 B 회사는 자신의 특허발명을 사용할 권리를 독점하기에 A 회사의 특허권의 존재와 관계없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이러한 논리가 성립한다면 먼저 의자를 개발한 A 회사의 특허권은 쓸모없게 된다. 특허권이 독점권이라는 논리는 불합리하다. 결국 특허권은 배타권으로 해석되므로, 특허권의 획득과 기술의 사용 권한은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B 회사는 자신의 특허 발명이 있지만 A 회사가 특허권을 행사하면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된다. A 회사의 특허 청구항에 기재된 밑판과 다리를 포함하는 의자를 B 회사가 제품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B 회사도 A 회사가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만들면 특허권을 행사하여 당연히 제재할 수 있다.
소비자는 사용하기 편리한 등받이 의자를 점점 선호하게 되고, A 회사도 등받이 의 자를 생산하고 판매해야 할 상황이 된다. 이러한 경우, A 회사와 B 회사는 등받이 의자를 판매하기 위해서 서로의 특허권을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에서 A 회사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더라도 A 회사는 등받이 없는 의자를 만들 수 있지만, B 회사는 등받이가 있는 의자와 없는 의자를 모두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특허법의 규정 때문인지 모르지만, 특허권이 독점권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오해는 자신의 특허권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특허권과 무관하게 특허 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 부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허권의 속성은 배타권인 점을 이해하면 비제조업체의 권리 행사에 대응하는 것이 난감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제조업체 간에는 상대방 제품이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서로 주장하게 되고, 누가 더 상대적 우위를 가지는지를 가리면 된다. 즉, 우호적인 협상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반면 비제조업체가 제조업체의 제품이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공격하면, 제조업체는 비제조업체를 공격할 수가 없다. 비제조업체는 제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비제조업체의 특허권 행사에 대응하기 어렵다. 한국의 제조업체 입장에서 비제조업체의 특허권 행사가 달갑지 않은 이유다.
노키아는 휴대 전화 사업 부문에서 제조업체였지만, 비제조업체가 되었다. 휴대 전화 제조업체는 노키아와의 특허 협상에서 이전보다 불리한 입장이 되었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던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난감해진 이유다. 노키아는 무서운 특허 괴물로 돌변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비즈니스를 했을 뿐이다.
1990년대 휴대 전화의 강자였던 에릭슨(Ericsson) 또한 마찬 가지다. 소니와 에릭슨의 합작 회사 소니에릭슨의 에릭슨 지분 50%는 2012년 소니(Sony)에 인수되면서, 에릭슨은 휴대 전화 사업에서 물러나게 된다. 하지만 에릭슨은 무선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고, 현재까지 특허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다. 에릭슨은 한국 기업에게도 많은 로열티를 받아 가고 있으며, 인도에서 샤오미와 특허 소송을 벌였다. 이 소송은 샤오미가 가지는 성장성과 짝퉁 이미지와 결합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떤 기업이든 제조업체에서 비제조업체로 변할 수 있으며, 이때 특허는 더 빛을 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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