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제품의 탄생과 모조품의 출현

선풍기에 날개를 사용하는 방식을 127년간 유지했기 때문에 다이슨은 이를 혁신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익숙한 것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으니 높이 평가할 만하다. 선풍기에서 날개를 없앴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시 다이슨이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릴 만하다.

이런 혁신 제품이 등장하면 모조품 또한 우후죽순처럼 출현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혁신 제품을 보호하는 것은 바로 특허권이다. 혁신에 따른 특허 분쟁의 과정에, 다이슨 선풍기에 대한 특허 무효심판과 권리범위확인심판이 제기되었으나, 다이슨이 모두 승소하였다. 결국 다이슨은 강력한 특허권으로 혁신 제품을 지킬 수 있었다

특허 분쟁의 발생

특허청에 따르면 날개 없는 선풍기가 한국에 정식 수입되기도 전에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 값싼 중국제 모조품들이 정가의 20% 정도의 가격(정품 약 40만 원, 모조품 약 8만 원)으로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혁신적인 제품이 출현하면 모조품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저가로 판매된다. 이에 대해 다이슨이 특허를 등록하고 특허권을 행사하자 상대 회사들은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특허 무효심판과 진보성

‘특허 무효심판’이란 일단 유효하게 등록된 특허에 대하여 특허권의 효력을 소급하여 상실시키는 것을 말한다. 특허무효심판에서는 심사 과정과 유사하게 특허성에 관한 문제가 다루어진다.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발명이 새로워야 하며, 선행 기술로부터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전자는 ‘신규성’이라 하고, 후자는 ‘진보성’이라고 부른다.

발명이 새롭지 않을 정도로 선행 기술과 완전히 동일한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 심사 과정이나 무효심판에서 ‘진보성’이 있는지가 다루어진다. 진보성의 판단 방법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우리는 다이슨의 무효심판에서 진보성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술적 이해를 위해 날개 없는 선풍기에 대한 발명을 공기의 흐름에 따라 개념적으로 나타내면 다음 그림과 같다.

다이슨 특허발명의 주요 특징

다이슨 특허 발명의 주요 특징은 단순히 선풍기에 날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노즐의 표면에 있다. 노즐의 표면이 ‘디퓨저부’와 ‘가이드부’로 구성되어 있음을 아래의 청구항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다음 그림에서 바람의 방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나간다. 즉, 마우스부에서 방출된 공기 유동은 디퓨저부와 가이드부의 표면을 따라 유동하여 사람에게 도달한다. 디퓨저부는 마우스부에 서 배출된 공기가 서서히 확장되어 와류가 발생되는 것을 방지하여 공기의 흐름을 안정화시킨다. 가이드부는 사람에게 집중되도록 하여 냉각 효과를 개선시켜 준다. 가이드부가 없다면 디퓨저부를 따라 공기가 계속 퍼져 나갈 것이다.

<다이슨 등록특허의 청구항>

기류를 발생시키기 위한 무블레이드 선풍기 조립체로서,

공기 유동을 발생시키기 위한 수단을 포함하는 베이스부,

상기 공기 유동이 유입되는 내부 통로를 포함하며,

상기 베이스부상에 탑재된 노즐, 및 상기 공기 유동을 방출시키기 위한 마우스부(mouth)를 포함하고,

상기 노즐은 상기 마우스로부터 방출되는 공기 유동에 의해 상기 선풍기 조립체 외부로부터 공기가 유입되는 개구를 형성하도록 축을 중심으로 연장되며,

상기 노즐은 공기 유동을 유도할 수 있도록 상기 마우스부가 배치되는 표면을 포함하고, 상기 표면은 상기 축으로부터 테이퍼가 진 디퓨저부(diffuser portion) 및 상기 디퓨저부의 하류부에 각을 이루며 위치된 가이드부(guide portion)을 포함하는 무블레이드 선풍기 조립체.

무효심판의 심결문을 살펴보면, 이 특허에 앞선 선행 기술은 다음 그림과 같은 일본 특허(소화 56-167897호)로써 1981년에 세상에 공개되었다. 이렇게 오래 전부터 날개 없는 선풍기에 대한 개념을 생각했다니 놀랍다. 다만, 일본 특허에서는 마우스부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디퓨저부’ 및 ‘가이드부’에 대한 내용은 없다.

특허심판원(2011당1626)은 다이슨 특허의 진보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일본 특허는 디퓨저부와 가이드부에 대응되는 구성이 개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양 발명은 구성의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디퓨저부를 거치면서 유동이 안정되고 가이드부를 거치면서 유동이 집중되도록 함으로써 소음을 줄이고 안정된 기류를 넓은 범위에 걸쳐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반면, 일본 특허의 발명은 고속으로 배출되는 기류가 그대로 배출되므로 소음이나 불안정한 기류가 발생될 우려가 크고, 바람이 도달하는 범위도 특허 발명에 비하여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되어 양 발명은 작용 효과 또한 차이가 있다.

진보성 판단 방법

발명이 새롭다(신규성)는 전제에서 진보성을 판단한다. 신규성은 선행 기술과 비교할 때 새로운 구성이 있다면 인정된다. 만일 발명의 구성이 선행 기술과 같다면 그 기술적 효과도 같을 수밖에 없다. 선행 기술(일본 특허)에 디퓨저부와 가이드부가 개시되지 않아 다이슨의 발명은 신규성이 인정된다. 이제 신규성이 있다는 전제에서 선행 기술로부터 쉽게 생각할 수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지 여부’는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고, 논리적 판단도 어렵다. 오히려 차이가 있는 구성에 의하여 발생하는 작용 또는 효과가 있다면, 쉽게 생각할 수 없다고, 즉, 진보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이슨의 특허 발명에서 ‘디퓨저부’ 및 ‘가이드부’는 선행 기술 과 분명히 차이가 있고 고유의 작용과 효과도 있기 때문에, 선행 기술로부터 ‘디퓨저부’ 및 ‘가이드부’를 쉽게 생각해 낼 수 없다. 따라서 날개 없는 선풍기는 실제로 ‘선풍기에 날개가 없다’는 이 유로 특허를 받은 것이 아니라, 공기가 배출되는 표면의 특유한 구성 때문에 특허를 받았다.

진보성 판단에서 선행기술의 조합

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 1개의 선행 기술만 비교하지 않고 여러 개의 선행 기술을 조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밑판, 다리, 등 받이, 팔걸이로 구성된 의자를 발명했다고 가정해 보자. 첫 번째 선행 기술은 밑판, 다리, 등받이로 구성된 의자이고 두 번째 선행 기술은 팔걸이가 결합된 책상이라면, 두 개의 선행 기술을 조합하여 쉽게 생각할 수 있다고, 즉, 진보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선행 기술을 조합해야만 발명의 구성을 모두 추출할 수 있다면 발명을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는 반증이 된다. 보통 진보성을 부정하기 위한 선행 기술은 3~5개를 인용한다.

혁신 제품을 지켜낸 다이슨의 강한 특허

결국 다이슨은 무효심판에서 발명의 진보성을 다시 확인받았다. 특허 등록이 유효하게 존속하므로 시장에서 모조품이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었다. 모조품들이 계속 판매된다면 민사상 또는 형사상 법적 조치가 취해지기 때문이다. 다이슨의 신속하고 영리한 권리 확보와 분쟁 대응은 혁신적인 제품을 지켜내기에 충분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이 참조할 만한 모범 사례이다. 우리 기업도 한국 특허뿐만 아니라 해외 특허도 반드시 확보해 두어야 한다. 또한, 제품에 잘 들어맞는 특허권이 있을 때 모조품을 막아내고 시장을 지켜낼 수 있다.

김태수 변리사

김태수 변리사입니다. 저는 지식재산을 알기 쉽게 꾸준히 강의하면서, , , 라는 도서를 발간하였습니다. 앞으로 지식재산 채널을 통하여, 지식재산의 이슈와 현황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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