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중국 롱바이의 자회사인 재세능원(한국 충주 소재)을 상대로 특허권을 행사하였다. 이 특허 분쟁은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양극재에 관한 것이다. LG화학의 양극재 관련 한국 특허는 10-1611784, 10-1849719, 10-2217766, 10-2165119, 10-2314630 이다. 재세능원은 LG화학의 특허에 대해 무효심판을 제기하였다. 2026년 1월 특허심판원은 10-1611784, 10-1849719, 10-2217766에 대해 10-1611784, 10-1849719 특허 2건은 유효하고, 10-2217766 특허 1건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현재 특허심판원의 판단에 대해 소를 제기하였고 특허 분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유효하다고 판단된 2건의 특허는 특허 명세서의 내용은 동일하고 청구항만 다른 ‘패밀리(family) 특허’다. 아래 그림처럼, 2012년 처음으로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에너세라믹은 공동으로 특허 2건을 신청한 후 이를 기초로 2013년에 특허를 출원하였다. 2015년 특허 등록결정이 이루어지자, 2015년, 2016년, 2017년에 각각 1건의 ‘분할 출원’을 차례로 제출하였다. 모두 4건의 특허가 패밀리 특허로 등록되었고, LG화학으로 특허가 양도되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하나의 특허가 여러 개의 특허권으로 만들어지면 하나의 특허 포트폴리오가 형성될 수 있다. 여러 개의 특허권은 다른 권리 범위를 가지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4개의 특허를 모두 무효로 만들기 부담스럽다. 게다가 4개의 특허권 모두는 전문가가 제품에 맞게 손질했으니 얼마나 빈틈없이 만들었겠는가!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특허들이 분쟁에 사용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특허의 가치는 단순히 연구 개발 결과를 특허로 등록한 것과 차이가 크다. 이 분쟁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 개발을 넘어 중요한 특허를 세심하게 관리하고 개발하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제 우리도 발명과 특허를 개발해야 한다.
특허 신청이 완료되고 나면 발명자인 당신은 특허 신청 보상금을 받을지도 모른다. 이제 당신의 발명에 대해 모든 업무를 마무리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특허 신청은 강한 특허를 만들기 위한 첫 단추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특허가 심사되는 과정에 서 특허 청구 범위는 좁아진다. 이후 특허 심사가 완료되면 ‘등록 결정서’를 받는다. 당신은 이제까지 특허 업무에 참여하여 고생 끝에 등록결정서를 받고 모든 절차가 완료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등록결정서를 받은 후 이제 등록료만 납부하면 되는데, 이때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지금이 바로 당신의 특허가 진정 활용될 수 있는지, 즉, 가치가 있는 특허인지 검토해야 할 순간이다. 회사의 제품이나 비즈니스에 사용되지 못한다면 당신의 특허는 등록받을 필요가 없다. 아쉽지만 특허 등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특허 등록결정서를 받은 후 특허 평가가 진행된다. 이때 등록받을 특허가 자사 또는 타사 제품에 적용되거나 적용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한다. 수년 전에 완성한 발명이 몇 년의 시간이 흘러서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면 정말 기쁜 일이다. 당신의 예상이 맞아떨어졌으니 뿌듯 할 만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당신은 강한 특허를 위하여 더욱 세심한 검토를 해야 한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제품의 트렌드가 변경되어, 특허 청구 범위에 기재된 기술과 제품의 일부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발명자는 이런 일치되지 않는 부분을 정확히 지적하여 특허 부서의 담당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발명자가 등록받을 특허가 제품에 적용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특허 부서의 담당자는 전문적인 특허 분석을 긴장감을 가지고 진행한다. 특허 청구 범위에 불필요한 한정 사항이나 잘못된 기술 용어가 있는지 판단한다. 때로는 청구항에 기재된 용어가 잘못되지 않았지만, 이해하기 어렵거나 모호하게 기재되어 특허를 활용하기 어렵거나 침해 입증이 곤란한 경우도 있다.
앞에서 언급된 미비점이 발견되거나 재작성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제품과 일치하는 특허 청구범위를 구성하는 방법은 ‘계속 출원(continuing application)’ 또는 ‘분할 출원’이다. 계속 출원이란 원래의 특허 신청이 특허청에 계류 중이라면 신청일의 이익을 유지하면서 별도의 특허를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신청일의 이익’이란 앞서 설명한 우선권 주장처럼 원래의 특허 신청일에 신청한 것처럼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계속 출원과 원래의 특허 신청일 사이에 선행 기술이 있더라도 문제 되지 않으며, 처음 발명한 내용 중 특허 명세서의 어떤 부분을 권리로 할지 다시 결정하는 절차이다.
계속 출원을 신청할 때, 발명 과정부터 특허 신청까지 여러 번 보강하여 만들어 놓은 특허명세서가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발명자의 기술 내용의 추가, 변리사의 넓은 권리 확보를 위한 노력, 특허 담당자의 제품 및 기술 로드맵 정보가 특허 명세서에 다양한 형태로 포함되어 있다면 특허 청구범위를 변경할 수 있는 근거가 풍성해지고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특허 명세서가 많은 기술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면, 기존 청구항과 다른 기술 내용으로 계속 출원의 청구항을 작성할 수 있다. 특허권자는 계속 출원을 통하여 몇 년 전에 작성된 특허 내용을 기준으로 특허 신청 후에 출시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일치시킨다. 특허권자는 계속 출원의 청구항이 등록되면 큰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제3자는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한다.
제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면 일단 계속 출원을 제출하고 등록될 때까지 시간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 경쟁 회사는 이러한 계속 출원을 위험 요소로 느낄 것이며, 특허 등록이 완료되지 않고 특허청에 계류 상태로 남아 있으면 제품 출시를 망설이게 된다. 특허 침해 여부와 무관하게, 경쟁 회사의 불안감과 망설임은 계속 출원의 또 다른 효과라 할 수 있다. 표준 기술을 구현하는 데 반드시 사용되는 표준 특허도 동일한 절차를 따른다. 표준 문서의 규격에 따라 특허 청구범위를 보정하거나 계속 출원을 제출하여, 표준 특허는 표준 규격과 특허 청구 범위를 일치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특허 평가를 통하여 불필요한 특허는 폐기해야 하지만, 특허 평가로 골라낸 소수의 특허는 그 가치에 걸맞게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제품 또는 비즈니스에 적용되거나 경쟁 회사도 사용하려고 하는 특허는 몇 번이고 제품에 맞게 고쳐서 새롭게 계속 출원을 제출하는 전략이 특허 평가와 함께 결합된다. 위 분쟁에서 보듯이, 여러 개의 계속 출원 또는 분할 출원은 몇 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될 수 있다. 계속 출원은 발명자, 특허 부서의 담당자와 변리사가 협력해야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회사 내에 실시 보상이나 처분 보상 제도가 있다면 계속 출원의 청구항이 등록되고 나서 발명자는 상당한 보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
계속 출원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 특허로 돌아가 보자.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 특허에 대해 등록 결정서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등록 결정된 청구항은 베이스부, 노즐, 마우스부, 디퓨저부, 가이드부를 포함하는 날개 없는 선풍기이다. 이 특허 청구항은 다이슨의 선풍기 제품(Dyson Cool)의 구성 요소와 일치한다. 따라서 이 특허에 대해 등록료를 납부하고 특허를 등록한다는 결정을 일차적으로 내린다.
다음으로 제품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다이슨은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선풍기(Dyson Cool)에 온풍기 기능을 추가한 제품(Dyson Hot+Cool)과 온풍기 기능뿐만 아니라 공기 청정기를 추가한 제품(Dyson Pure Hot+Cool)을 개발했거나 판매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상황이라면 Dyson Cool 제품뿐만 아니라 Dyson Hot+Cool 제품 또는 Dyson Pure Hot+Cool 제품과 특허 청구항이 잘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온풍기(Dyson Hot+Cool) 제품은 디퓨저부는 있지만 가이드부가 없는 형태로 확인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가이드부의 차이로 인하여 특허 청구항과 온풍기는 구성 요소가 일치하지 않았다. 한편, 특허 청구항이 다이슨의 제품과 잘 일치하더라도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다른 회사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선풍기에서 ‘가이드부’를 제외한 제품을 판매하여 특허를 회피할 수 있다.
마침 다이슨은 ‘에어 블레이드’라는 손 건조기로부터 날개 없는 선풍기를 발명했으니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온풍기에 대해 특허 명세서에 처음부터 기재했다고 가정해 보자. 날개 없는 선풍기에 대한 특허를 등록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이슨은 온풍기에 대해서도 특허로 보호해야 한다.
특허 명세서에만 기재되고 특허 청구 범위에 기재되지 않은 온풍기에 관한 기술은 세상에 기부한 기술일 뿐이며, 특허권자의 권리에는 속하지 않는다. 계속 출원을 제출하면, 세상에 기부한 것으로 취급된 기술이 다시 특허권자의 권리로 재탄생된다. 다이슨이 온풍기를 특허로 보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계속 출원의 청구항을 작성했다고 생각해 보자.
온풍기에 대한 계속 출원의 청구항은 원 청구항에 기재되어 있지 않았던 공기 가열부를 포함하고, 제품에 적용되지 않은 가이드부를 삭제했다. 이제 계속 출원의 청구항이 심사되고 등록되면 다이슨의 온풍기도 특허로 보호된다.
그렇다고 계속 출원은 꼭 하나만 제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일 선풍기 제품(Dyson Cool)에서 가이드부를 제외하여 회피하는 제품을 다른 회사가 판매하고 있다면, 원래의 청구항에서 가이드부를 삭제한 계속 출원을 제출할 수 있다. 또한 특허 명세서에 처음부터 공기 청정기에 대한 기재가 있었다면 공기 청정기를 추가한 제품(Dyson Pure Hot+Cool)에 대해서 청구항을 작성하여 계속 출원을 제출할 수 있다. 계속 출원은 여러 개를 한꺼번에 제출할 수도 있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순차적으로 제출할 수도 있다.
선발 주자는 넓은 권리 범위를 가지는 계속 출원을 시도하여,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다. 다이슨은 가이드부가 있는 선풍기, 가이드부가 없는 선풍기, 온풍기, 공기 청정기를 추가한 제품까지 특허로 등록하여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날개 없는 선풍기에 대한 특허가 분산되지 않아 다이슨의 특허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후발 주자는 계속 출원을 통해 경쟁 회사를 공격할 수 있는 카운터 클레임(counter claim) 특허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선발 주자의 특허 포트폴리오가 강력하다면, 이에 반격할 특허를 준비해야 한 다. 핵심 기술이 아닌 파생 기술과 주변 기술에 대한 특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후발 주자가 파생 기술인 날개 없는 선풍기에 온풍기 기능을 먼저 생각하여 특허 신청을 이미 진행하였다면, 후발 주자는 다이슨의 제품에 맞추어 온풍기 제품과 가이드부가 제외된 제품에 대해 계속 출원을 제출해야 한다.
설령 후발 주자의 이러한 청구항이 좁은 권리 범위를 갖더라도 선발 주자를 공격할 수 있고, 무효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으므로 좁은 권리범위 자체가 문제되지 않는다. 만약 좁은 권리 범위를 갖는 계속 출원을 제출했는데 선발 주자 또는 경쟁 회사가 제품의 구성 요소를 변경한다면 재차 계속 출원을 제출하면 된다. 후발 주자는 계속 출원을 통하여 끈질기게 카운터 클레임 특허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계속 출원은 미국 특허법에 존재하는 제도이지만 한국, 일본, 중국, 유럽에는 계속 출원에 대응되는 ‘분할 출원’ 제도가 있다. 계속 출원은 주로 등록결정서를 받고 등록료를 납부하기 전에 제출된다. 미국 특허에 대해 계속 출원을 제출하는 경우 한국, 일 본, 중국, 유럽에도 분할 출원을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특허 독립의 원칙상 각 나라마다 특허권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특허 신청과 등록에만 신경쓰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기업들이 선발 주자이든 후발 주자이든 관계없이 계속 출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다만 계속 출원은 특허 관리와 평가가 선행되어야 가능하므로, 기업 내에 계속 출원을 포함하는 특허 관리 프로세스를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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