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의 스니커즈 디자인은 왜 심사 없이 등록되었을까?

디자인 심사는 필수일까? 아닐까?

루이비통 스니커즈의 디자인 등록 경과

루이비통은 2018년 봄·여름 시즌에 아치라이트 스니커즈를 출시합니다. 이 디자인은 2018년 2월 9일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여 2018년 4월 4일 등록 결정되고, 4월 17일에 디자인이 등록됩니다. 보통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후 6개월이 경과했을 때 디자인 심사 결과를 받을 수 있는데, 루이비통의 디자인은 2개월 만에 등록되었습니다.

루이비통-스니커즈-디자인-등록

디자인 심사를 생략하는 이유

어떻게 하면 이렇게 빨리 디자인을 등록할 수 있을까요? 물론 너무나 유명한 루이비통이 디자인 등록을 신청했다고 빨리 등록된 것은 아닙니다. 신발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가을·겨울 시즌의 디자인이 새롭게 출시됩니다. 이렇게 라이프 사이클이 짧고 유행성이 강한 제품의 디자인은 빨리 등록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라이프 사이클이 끝나고 나서, 디자인 심사와 등록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품의 디자인은 디자인 등록 신청일 전에 어떤 디자인이 있었는지 검색하고 비교하는 심사 과정을 생략합니다.

실질심사를 생략하는 물품류

이렇게 심사하는 제품(물품)의 종류는 지식재산처에서 일괄적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지식재산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품을 31개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중 실질적인 심사를 하지 않는 물품류는 총 7개로입니다. 구체적으로 1류(식품), 2류(의류 및 패션), 3류(신변품), 5류(직물), 9류(포장 및 용기), 11류(장식용품), 19류(문방구, 교재)입니다. 즉, 루이비통의 스니커즈는 2류에 속하기 때문에 2개월 만에 등록된 것입니다. 다른 종류의 물품은 기존 디자인을 검색하고 비교하는 심사를 진행하고 등록 여부를 결정합니다. 지식재산처는 2020년부터 실질심사가 생략된 물품류의 심사 기간을 현행 2개월에서 10일로 대폭 단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실무가 정착되면서 1개월 내에 심사 결과가 통보되고 있습니다.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제품의 디자인이 2주 만에 등록되기도 합니다.

국가마다 다른 실질심사의 유무

그렇다면 7개의 분류에 속하는 물품 외의 디자인은 등록 받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보통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고 7~10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디자인 등록 신청일 전의 디자인을 검색하고 디자인이 새로운지 여부와 창작성이 있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이렇게 한국은 심사하는 디자인도 있고 심사하지 않는 디자인도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어떤 물품에 대한 것이든 디자인을 심사하도록 되어 있고,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디자인을 심사하지 않고 등록합니다. 개념적으로 심사주의와 무심사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디자인 모방을 저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

디자인 우선심사가 필요한 경우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면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순서에 따라 차례 차례 심사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 순서에 상관없이 자신의 디자인을 먼저 심사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를 우선심사 신청이라고 합니다. 우선 심사를 신청하면 3개월 이내에 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심사 대기 순서를 바꾸는 새치기처럼 보이지만, 우선심사 신청은 디자인 등록 신청인의 상황 때문에 필요한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자신의 디자인을 모방하고 있는 경우, 신속하게 심사를 받고 디자인 특허권을 행사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또는 자신의 사업이 이미 시작되었거나 준비 중인 경우, 디자인 특허권을 확보하여 사업에 활용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모방에 대비한 출원공개의 신청

디자인은 모방이 쉽기 때문에 등록이 완료된 후에 지식재산처가 디자인을 세상에 알립니다. 이를 디자인 등록공고라고 합니다. 만일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디자인이 반영된 제품을 바로 판매한다면 자연스럽게 디자인이 세상에 알려집니다. 즉, 디자인이 더 이상 비밀이 아닌 상태가 됩니다. 이때 누군가 디자인을 모방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디자인이 아직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디자인을 공개해달라고 지식재산처에 신청한 후, 공개된 디자인을 근거로 경고장을 보낼 수 있습니다. 신발이나 구두와 같이 시즌마다 출시되는 제품의 디자인이 반복적으로 모방된다면,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면서 디자인을 공개해줄 것을 지식재산처에 신청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제품을 판매하면서 디자인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 등록 전에 디자인이 공개되는 것은 문제가 없고, 모방 제품이 나온다면 바로 경고장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등록 디자인을 비밀로 관리하는 방법

반대로 디자인 등록을 신청했지만 디자인을 반영한 제품이 출시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 디자인을 비밀로 해달라고 신청해야 합니다. 디자인 등록이 되고 나면 지식재산처는 디자인이 등록되었음을 세상에 알리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등록된 디자인이 모방의 위험에 노출되고 경쟁 회사가 제품 개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디자인을 비밀로 해달라고 지식재산처에 신청하면, 디자인이 등록되더라도 등록된 디자인을 비밀로 유지해 줍니다.

아모레퍼시픽, 동시에 비슷한 디자인을 등록하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포브스 100대 혁신기업에 선정되는 등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디자인 경영의 일환으로 디자인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내면서, 다양한 디자인 특허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디자인 중 우리에게 쉬운 ‘비누’에 대한 디자인 특허권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7월 21일 다음과 같은 ‘비누’에 대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여 등록 받았습니다. 그런데 동일한 날짜에 비슷한 디자인 2개를 등록 신청하여 등록 받았습니다. 이 2개의 디자인 특허권 중 첫 번째 디자인을 기본 디자인으로 지정하였는데, 이러한 디자인을 ‘관련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아모레퍼시픽-비누-관련디자인

비슷한 디자인을 묶어주는 관련 디자인 제도

우리에게 생소한 ‘관련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쉽게 생각하면, 관련되어 있는 디자인을 묶어서 등록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디자인은 모방이 쉬운 특징이 있고, 디자인 특허권은 동일한 디자인 뿐만 아니라 비슷한 디자인(유사 디자인)까지 권리가 미치지만, 비슷한 범위는 매우 추상적이고 일정치 않다는 본질적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등록된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경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겠지만, 디자인을 변형하여 제품을 제조 또는 판매한다면 비슷한 디자인인지 여부를 두고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보통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경우보다는 변형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관련 디자인으로 등록을 신청하면, 특허 청에서 기본 디자인과 관련 디자인이 비슷한지 심사합니다. 지식재산처의 심사를 통하여 미리 디자인이 비슷한지 여부를 확인 받을 수 있습니다. 기본 디자인과 비슷한 관련 디자인이 많이 등록될수록, 다른 사람은 쉽게 모방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권리 범위를 확장하는 관련 디자인

다음 그림에서, 기본 디자인의 권리 범위는 동일 범위(실선)와 유사 범위(점선)로 나누어 개념적으로 도시할 수 있습니다. 이 기본 디자인을 변형한 다른 디자인이 기본 디자인과 비슷하다면, 즉 기본 디자인의 유사 범위에 속해 있다면, 변형된 디자인을 관련 디자인으로 등록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관련 디자인도 독자적인 디자인이므로 유사 범위를 갖게 되어, 기본 디자인과 관련 디자인은 유사 범위에서 서로 중첩하게 됩니다. 기본 디자인과 관련 디자인을 함께 고려하면, 전체 권리 범위는 기본 디자인의 유사 범위를 넘어 확장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모방 제품이 기본 디자인의 유사 범위 밖에 있을 때, 이 기본 디자인만 권리로 확보했다면 디자인 특허권 침해가 아니지만, 관련 디자인까지 권리로 확보하면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관련디자인-권리범위-확장

시간적 제약이 따르는 관련 디자인

관련 디자인의 등록 신청은 기본 디자인 등록 신청일로부터 3년 내에 진행해야 합니다. 관련 디자인의 등록 신청 시기가 제한된 이유는 관련 디자인 제도를 이용하여 권리 범위가 아무 때나 무분별하게 확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간이 흐른 후 관련 디자인 제도를 활용하여 권리 범위가 확장되면, 제3자는 갑자기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되어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제도는 불합리하기 때문에 관련 디자인의 등록 신청에 시간적 제한을 둔 것입니다.

관련 디자인은 대부분 아모레퍼시픽의 비누 사례처럼 동일한 날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제품 개발 과정에서 제시된 여러 개의 변형된 디자인을 권리화할 것인지 일괄적으로 검토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기본 디자인이 무효 등으로 소멸하더라도 관련 디자인은 독자적으로 존속합니다.

디자인 모방을 막는데 주안점을 둔 디자인보호법

디자인은 모방이 쉽게 일어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모방을 방지하려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심사하지 않고 등록되는 디자인, 새치기를 해서라도 우선으로 심사되는 디자인, 디자인이 등록되기 전에 지식재산처를 통하여 공개하는 디자인, 디자인이 등록되더라도 비밀로 유지되는 디자인, 비슷한 디자인을 동시에 등록하는 관련 디자인이 있습니다. 각각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목표는 디자인의 모방을 막아보자는 것입니다.

다양한 디자인 특허를 묶으면 부러지지 않는다!

여러 개의 디자인 특허가 발휘하는 힘

여러 개의 디자인 특허권을 합치면 각 개별 디자인 특허권이 가지는 힘의 합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며, 디자인 특허권이 무용지물이 될 불확실성도 줄일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화살이 쉽게 부러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모방 제품이 발견된 경우, 하나의 디자인 특허권으로 경고장을 보내는 것보다 여러 개의 디자인 특허권을 근거로 경고장을 보낸다면, 모방품 문제를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디자인 특허권이 여러 개이면 디자인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모든 디자인 특허권을 무효화시킬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됩니다.

디자인 특허 포트폴리오

이렇게 디자인을 여러 개의 재산으로 만드는 것을 ‘디자인 특허 포트폴리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본래 포트폴리오(portfolio)는 경제 용어로 다양한 투자 대상에 분산하여 자금을 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지요. ‘디자인 특허 포트폴리오’는 다양한 디자인 특허권을 여러 개 보유하여 위험성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이 하나의 디자인 특허권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하나의 디자인 특허권으로 공격하면 상대방의 저항이 심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디자인 특허권을 피해 가거나 심지어는 디자인 특허권을 무효로 만들려고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특허 포트폴리오의 구성 방법

디자인권을 여러 개 만들기 위하여, 관련 디자인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으며 전체 디자인과 부분 디자인을 모두 등록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제품을 부품별로 나누어 디자인 특허를 취득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두에 대한 디자인이라면, 구두 뒷굽, 구두 갑피(upper), 버클, 장식품 등에 대한 디자인을 별도로 권리화할 수 있습니다. 구두에 대한 단순 디자인 특허권보다 구두의 다양한 부품에 대한 디자인 특허권은 권리 범위도 넓으면서 꾸준히 연계되어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은 디자인 특허가 정답은 아닙니다. 디자인 특허권을 확보하는 비용과 지식재산처에 납부하는 세금(연차료) 같은 유지 비용이 발생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러 개의 디자인 특허권 확보에 앞서, 권리 확보와 유지에 필요한 예산이 미리 책정되고 계획되어야 합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