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충격을 준 애플의 디자인 특허

아이폰의 출시와 특허 보호의 선언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아이폰을 전격적으로 발표하였다. 이때 스티브 잡스는 “Boy, have we patented it!”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의 모든 것을 특허화했으니 모방하지 말라는 경고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Macintosh)라는 혁신적인 컴퓨터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시장을 내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실패를 바탕으로 지식재산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을 듯하다.

의아한 애플의 소송 제기

2011년 애플은 삼성에 소송을 제기한다. 한국 사람들은 이 소송에 의구심을 품는다. 첨단 기술에 대한 특허를 1만 건 가지고 있는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다니, 애플이 제정신인가? 애플은 휴대폰 기술을 개발한 적도 없다가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았는데 과연 특허가 얼마나 있을까? 우리의 예상대로 당연히 애플은 통신이나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첨단 기술에 대한 특허는 없었다. 애플은 대부분의 부품을 삼성 등에서 조달하고, 폭스콘에 위탁하여 아이폰을 생산하였기 때문이다.

애플의 무기는 디자인 특허

그런데 반전이 생겼다. 바로 애플은 디자인 특허라는 이상한 무기를 내세웠다. 삼성의 첨단 기술에 대한 특허에 대항해,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여러 개의 디자인 특허를 전면에 내세워 공격했다. 두 회사는 디자인 특허를 두고 이례적으로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하다가 2018년 합의를 이루었다. 이 중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애플이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애플 디자인 특허는 다음과 같이 둥근 모서리를 권리화했다.

애플-디자인-특허-스마트폰-둥근-모서리

<미국 등록 디자인 US D618,677>

소송의 중심이 된 디자인 특허

2011년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에 대한 디자인 특허가 화두가 되자, 이것이 한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는 제품 그 자체이기 때문에, 애플의 주장은 스마트폰을 만들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자연스럽게 애플과 삼성은 이 디자인 특허를 소송의 중심에 두게 된다. 2015년 삼성은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이 디자인 특허에 대한 무효 결정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다. 이러한 무효 결정을 보면 삼성의 방어력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 특허청의 무효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 디자인 특허는 2018년 양측의 합의 직전의 판결까지 손해배상 산정의 기초가 되었다.

한국의 디자인 보호에 대한 인식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 따위가 디자인 특허로 보호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치부하는 현실을 반대로 생각하면, 한국에서 디자인 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의 형태에 디자인적 요소를 부가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디자이너는 오랜 고민 끝에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를 디자인했을 것이다. 애플과 삼성의 소송 이후에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와 다른 형태로 스마트폰이 많이 만들어졌다. 둥근 모서리를 작게 하거나 아예 직사각형으로 만든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는 소비자에게 사랑받지 못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보면,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는 디자인으로서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고 보인다.

디자인 특허의 강력한 효과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에 대한 디자인 특허는 눈에 뻔히 보이는 권리이다. 이를 근거로 스티브 잡스는 삼성을 카피 캣(copy cat)이라고 비판했으며, 별 볼 일 없을 것 같던 디자인 특허는 원조와 짝퉁을 구분하는 기준처럼 작용하였다. 2012년 미국 소송에서 배심원단도 어렵지 않게 디자인 특허 침해를 판단하고 10억 달러라는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이 나오게 된다. 이런 현상을 보면, 디자인 특허는 기술 특허보다 더 강력해 보이기까지 한다.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앞으로 디자인 특허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사용자 경험에 대한 아이디어의 특허 등록

애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저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 경험 (UX)에 대한 아이디어를 특허로 등록시켰다. 예를 들면, 밀어서 잠금 해제, 바운스-백 특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어찌 보면 기술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사용자 편의성을 생각하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이 특허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에서 쟁점이 될 만큼 중요하였다.

특허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은 도면의 순서대로 기재되어 있다. 이 특허는 바운스-백(bounce-back) 효과, 즉 스마트폰 화면에서 끝부분에 도달하면 화면이 더 이상 넘어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용수철처럼 튕겨 되돌아가는 기술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어떤 사진이 있을 때 먼저 그 사진을 확대하고, 왼쪽 방향으로 사진을 넘길 때, 오른쪽 끝부분이 음영으로 표시되어 끌려 나온 후 다시 튕겨져서 오른쪽 방향으로 화면이 되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왼쪽 방향으로 사진을 끌어 당기면 다음 사진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와 같은 내용은 초창기 스마트폰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되었던 기술이다.

<유럽 특허 EP 2059868>

애플의 지식재산 전략에서 얻는 교훈

이러한 애플의 지식재산 전략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애플은 부품이나 완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지만, 제품에서 필수적인 아이디어, 디자인, 브랜드를 권리화하여 후발 주자에게 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애플은 기술과 관련된 특허만 중시하지 않고, 디자인 특허와 브랜드와 같은 무기를 확보하여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형성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애플과 삼성의 소송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디자인 특허는 대기업에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기업은 이미 첨단 기술을 개발하면서 수많은 특허권으로 무장하고 커다란 장벽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반면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은 이러한 장벽을 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권리든 가져야 하는데, 이때 디자인 특허가 아주 적합하다.

따라서 디자인 특허는 어쩌면 대기업보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게 의미가 크다. 애플은 휴대폰 분야에서 후발 주자였으며, 이와 관련된 첨단 기술을 개발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애플이 삼성의 기술 특허에 디자인 특허로 맞선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기술 평준화 시대에 부각되는 디자인 특허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과 한국 제품 사이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거나 동일한 수준이 되었다.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 한국 제품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한다. 기술 수준이 평준화될 때 디자인이 중요해진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유럽, 미국, 일본에서 차례차례 겪은 일들이다. 이제 한국 기업도 기술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중시하면서 기술 특허, 디자인 특허 등 지식재산 포트폴리오를 활용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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