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 브랜드를 선점당하다
유명한 캐릭터 명칭의 보호
EBS 캐릭터인 ‘펭수’에 대해 EBS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먼저 상표등록을 신청하여 논란이 되었던 바 있다. 당시 ‘펭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진 명칭이었다. ‘펭수’에 대한 상표권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자, 지식재산처는 상표 사용자의 정당한 신청이 아니고 상표 선점을 통해 타인의 신용에 편승하여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려는 부정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먼저 신청한 자가 상표권을 가지는 선출원주의
이러한 논란이 발생되는 이유는 원칙적으로 먼저 상표 신청하지 않으면 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표 신청이 경합하는 경우 먼저 상표를 신청한 자에게 등록을 허용한다. 이로써 상표가 중복하여 등록되지 않을 수 있다. 하나의 상표만 등록되면 소비자가 출처를 혼동하는 일이 방지된다. 이를 ‘선출원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선출원주의’는 ‘등록’이라는 형식적 행정 절차에 의하여 상표권이 발생하므로 ‘등록주의’와 결합된다. 한국과 중국 등이 취하고 있는 상표 제도이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상표의 사용에 의하여 상표권이 발생되는 ‘선사용주의’ 또는 ‘사용주의’이다. 사용주의의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상표 제도의 궁극적 목적은 소비자 보호!
‘선출원주의’와 ‘등록주의’는 상표권자를 보호하는데 법적 안정성을 제공한다. 누가 먼저상표등록을 신청하였는지 또는 상표권을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표 출원과 등록이라는 형식적 절차만 중시한다면, 개별적 타당성이 부족하여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펭수’ 사례의 경우에도 먼저 상표를 신청한 자를 보호한다면, 실제로 사용한 EBS가 상표를 등록하지 못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이 경우 ‘선출원주의’와 ‘등록주의’는 ‘소비자 보호’라는 궁극적인 상표 제도의 목적을 내세워 예외를 인정한다. 지식재산처의 입장은 EBS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펭수’에 대한 상표를 먼저 신청했더라도 등록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상표 제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선출원주의’와 ‘등록주의’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저작물의 보호와 지식재산
펭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저작물과 관련되는 ‘캐릭터’에 대해 알아보자. 캐릭터는 저작물이므로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이 발생한다. 하지만 저작물의 모방이 발생하여 분쟁이 생기면 저작자나 창작 시기에 대한 입증의 어려움이 있으므로 저작물을 미리 등록해두는 편이 낫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물을 등록할 수 있으며, 상표권과 다르게 심사 과정은 없다.
2013년 카카오는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인 무지, 네오, 어피치, 콘, 프로도 튜브, 제이지에 대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미술저작물로 등록하였다. 예를 들어 무지는 저작자가 카카오이며, 창작일은 2012년 11월임을 명시하여 등록번호 C-2013-018792로 등록해두었다. 캐릭터의 명칭은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다. 카카오프렌즈인 ‘무지’라 는 명칭은 상표로 등록될 수는 있어도 저작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 캐릭터 명칭 ‘펭수’와 같은 이치이다. 캐릭터는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도 있지만, 물품을 지정하면 디자인 특허권으로 보호할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인형 또는 완구라는 물품으로 디자인을 등록하였다.
꼬꼬면, 상표를 등록하고 사용료를 거둬들이다
상표등록 신청을 선점 당한 ‘꼬꼬면’
또 다른 사례로 ‘꼬꼬면’ 상표가 있다. ‘꼬꼬면’은 이경규 씨가 예능 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에서 선보인 라면이다. ‘꼬꼬면’은 상품화에 성공하여 순식간에 판매량이 폭증하였다.당시 하얀색 국물 라면이라는 트렌드를 만들어낼 정도였다. 하지만 이경규 씨가 ‘꼬꼬면’이라는 상표를 신청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방송을 보자마자 상표등록을 신청하였다.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한 직후이므로, ‘꼬꼬면’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렇게 되면 이경규 씨는 ‘꼬꼬면’을 상표로 등록하지 못한다. 아무리 이경규 씨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꼬꼬면’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더라도 먼저 상표를 신청하지 않으면 등록을 할 수 없다.

상표는 창작이 아닌 선택으로 취급된다
실제 현실에서는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에 창작적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표법에서 상표는 창작이 아닌 선택하는 행위로 취급한다. 만일 상표 자체가 창작 활동이라고 하여 창작한 사람에게 상표권이 주어진다면,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권리를 가져갈 수 없다. 반면 상표를 선택하는 행위로 본다면, 어떤 주머니에 수많은 상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누가 먼저 꺼내어 선택하느냐로 비유할 수 있다. 상표는 법률상 ‘선택’하는 행위이므로, 상표를 가질 수 있는 권리는 원칙적으로 누가 먼저 꺼내서 선점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꼬꼬면’도 다른 사람이 상표로 선점한다면 이경규 씨가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앞에서 설명한 ‘선출원주의’와 ‘등록주의’의 단점이다.
사업의 준비와 상표 등록의 타이밍 조율
‘꼬꼬면’이 시청자에 의하여 선점 당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이 시청자는 상표등록 신청을 취소하였다.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꼬꼬면’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현실적으로 자신의 브랜드가 처음부터 유명한 경우는 없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 상표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먼저 상표를 신청한다면, 자신이 상표를 앞서서 사용했더라도 상표 등록을 할 수 없다. 결국 자신이 먼저 브랜드를 개발했지만 사업 도중에 브랜드를 변경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상표의 등록과 활용에 의한 수익 창출
시청자의 ‘꼬꼬면’ 상표 신청이 취소되자, 이경규 씨는 ‘꼬꼬면’이 라는 상표를 신청하여 다음과 같은 상표권을 확보했다. 당시 이경규 씨는 팔도와 상표권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매출의 2%를 로열티로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상표권을 확보한 후 직접 사업을 하지 않을 경우, 상표권자는 상표권을 양도하거나 상표권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사업은 상표권을 이용하여 가맹점을 모집하고, 상표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로열티를 꾸준히 거둬들이는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장원영 상표로 보는 ‘방어적’ 상표출원
아이브 장원영 상표의 등장
그룹 아이브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장원영씨의 상표 출원이 이슈가 되었다. 뉴스 기사에 따르면, 소속사는 “해당 명칭에는 아티스트 고유의 정체성과 이미지가 깊이 투영되어 있다. 따라서 프로젝트 종료 후 발생할 수 있는 제3자의 무분별한 상업적 도용 및 브랜드 남용을 방지하고자, 장원영 본인 명의로 출원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측과 합의했다. 출원 영역이 광범위한 이유 또한, 각 사업군에서 아티스트의 이미지가 오남용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의 일환이다”고 설명했다. 상표 출원 내역을 검색해보면 아래 9건의 상표 출원이 발견된다.


‘forever cherry’ 상표를 출원한 이유
상표 출원은 소속사가 아닌 장원영 개인 명의로 진행하였다. 상표 9건이 등록될지는 심사를 받고 1년 정도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상표가 등록 가능한지 보다는 이렇게 상표를 출원한 이유를 추정해보자.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은 다른 사람이 등록 받을 수 없도록 상표법에서 규율하고 있다. 또한 상표권과 무관하게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을 무단으로 사용하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이를 ‘퍼블리시티권’이라고 한다.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은 상표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forever cherry’와 체리 도형은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과 무관하다. 이러한 표지는 브랜드 협업 프로젝트 과정에서 노출될 수 있다. 만일 이러한 표지가 노출될 때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보호할지 모호한 상황이 발생한다. 유명한 브랜드가 된다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애매한 상태에서 여러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상표 9건을 출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략적인 방어적 상표출원
상표는 사업이나 제품에 사용하기 위해서 등록을 추진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로 방어적 목적의 상표출원이다. 소속사가 밝힌 바와 같이 상업적 도용과 브랜드 남용을 막기 위함이다. 장원영 상표가 등록되더라도 사업에 사용되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표 등록이 취소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하지만 브랜드 협업 프로젝트 개시 전에 화장품 등에 상표를 먼저 출원하면, 이후 다른 사람이 상표를 출원하더라도 등록을 저지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선출원주의’와 ‘등록주의’에 의한 상표 선점의 효과이다. 이러한 효과는 장원영 상표가 등록되고 사정이 변경되어 사업에 활용되지 않더라도 4년 정도는 지속될 수 있다. 이 기간은 상표 등록까지 소용되는 행정 절차와 등록 후 3년이라는 기간을 합산한 수치이다.
또한 브랜드 협업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forever cherry’가 유명해지면, 상표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꼬꼬면’이 상표로 등록되고, 이경규 씨가 라면 회사에서 상표 사용료를 받은 것과 비슷한 형태이다. 물론 장원영 씨가 상표권 자체를 브랜드 기업에 양도할 수도 있다. ‘forever cherry’ 상표 출원은 타인의 상업적 도용 및 프로젝트 종료 후 브랜드의 전개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적절하고 전략적인 방어적 조치로 보인다. 향후 ‘forever cherry’의 인지도에 따라 상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