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침해중지 요청문, 먼저 상표권 침해인지 차분히 검토하자
상대방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라
당신이 내용증명 우편으로 상표권 침해중지 요청문을 받았다고 상상해보자. 누구나 내용증명을 열어보는 순간 당황스럽다. 당신은 단순히 변리사에게 요청문을 전달하고 처리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표 분쟁에서 법률적인 판단뿐만 아니라 사업 현황에 맞춘 전략도 중요하다. 당신과 상표권자는 같은 업계에서 서로의 사업 현황을 쉽게 알 수 있다. 상대방 사업 규모와 해당 브랜드의 사용 현황, 매출 또는 중요도를 알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당신은 상대방이 상표 사용 중단을 원하는지 아니면 합의금이나 사용료를 받고자 하는지 알 수 있다.
상대방의 의도가 일차적으로 파악되면, 침해중지 요청문에 대해 차분하게 답변을 회신해두자. 상표 분쟁이 소송으로 번지지 않은 단계에서, 과격하게 답변을 보낼 필요는 없다. 곧바로 답변하기 어려운 경우, 언제까지 요청사항을 답변하겠다는 간단한 회신으로 상대방과 원만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사용 상표와 등록 상표에 대한 분석
이제 당신은 변리사와 법률적 분석을 진행해야 한다. 상표권 침해중지 요청문에 기재된 당신의 사용 상표와 상대방의 등록 상표를 확인한다.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려면, 상표가 유사하고 상품도 유사해야 한다. 하지만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따져보지 않고 요청문을 발송하는 경우도 있다. 상품이 법률적으로 서로 유사하지 않다면, 당신은 자신 있게 요청문에 대한 답변을 회신해도 된다.
만일 상대방의 등록 상표가 여러 요소를 포함하는 경우 주의 깊게 분석해야 한다. 즉 등록 상표에서 식별력이 있는 부분과 식별력이 없는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한국 상표 제도는 식별력이 없는 부분에 대한 권리불요구 제도(disclaimer)가 없다.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은 오해할 수 있다. 상표권자가 식별력이 없는 부분을 근거로 상표권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유의하자.
상품의 설명을 위하여 등록 상표를 사용한 경우
다음으로 상대방의 등록 상표를 당신이 브랜드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없다. 대법원(2001도1355)은 “자동차 부품인 에어 클리너를 제조하면서 그 포장상자에 에어 클리너가 사용되는 적용 차종을 밝히기 위하여 자동차 제작회사의 등록상표를 표시하였으나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그 출처표시가 명백하고 부품 등의 용도 설명 등을 위하여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그 등록상표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등록상표인 ‘소나타’를 포장상자에 표시하였더라도 용도 설명에 해당할 뿐 에어 클리너의 브랜드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상표적 사용과 디자인적 사용
또한 대법원(2011다18802)은 지정상품을 귀금속제 목걸이 등으로 하는 등록상표의 상표권자인 甲 외국법인이 아래 형상을 사용하여 목걸이용 펜던트를 판매하는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중지 등을 구한 사안에서, 甲 법인의 등록상표와 乙 회사 제품의 형상은 전체적으로 상품출처의 오인·혼동을 피할 수 있는 것이어서 유사하지 않고, 乙 회사 제품의 형상은 디자인으로만 사용된 것일 뿐 상품의 식별표지로 사용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상표로 사용되지 않고 디자인으로 사용된 경우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상표적 사용과 디자인적 사용이 현실적으로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판단 기준은 소비자의 생각이다. 소비자가 상표로 생각하면 상표적 사용이고, 디자인으로 판단하면 디자인적 사용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그 대상을 상표로 생각하여 상품을 선택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기준에서 대법원(2007후2834)은 “‘구두’를 사용상품으로 하고 아래와 같은 이루어진 확인대상 표장의 도형 부분이 자타상품의 출처를 표시하기 위한 표장으로도 사용되었으므로, ‘가죽신, 부츠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등록상표와 확인대장 표장이 표장 및 지정상품(사용 상품)이 서로 유사하여 그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판시하였다. 보통 구두의 윗부분에 표시된 브랜드를 보고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므로, 디자인으로도 볼 수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브랜드의 정당한 사용은 막을 수 없다
자신의 상호는 계속 브랜드로 사용할 수 있다!
보통 음식점은 자신의 상호를 간판과 매장에 표시하여 사용한다. 만일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상표권 침해중지 요청문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일은 등록 상표가 언제 신청되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등록 상표의 신청일보다 먼저 자신의 상호를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었다면, 등록 상표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선사용권’이라고 부르고 있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상표권을 확보하지 않고 상호나 성명을 브랜드로 사용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자신의 상호 등을 계속 사용하도록 상표법에 규정하였다.
진정상품에 대한 병행 수입은 막을 수 없다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상품을 수입하여 한국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하기로 계약하였다. 그런데 제3자가 소량으로 일본에서 수입하여 판매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을까? 항상 기준은 소비자다. 소비자에게 피해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한국 기업과 제3자가 수입한 물건이 진정상품으로 동일하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일한 품질의 상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소비자에게 생긴다. 따라서 제3자의 진정상품 판매 행위는 허용된다.
이를 ‘진정상품 병행수입’이라고 부른다. 한국 기업은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하기로 계약했기때문에 일본 기업의 상표권을 통하여 제3자의 판매를 저지하고 싶어한다. 위조상품이 아닌 진정상품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에게 제공받는 판매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3자에게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일본 기업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리셀러(reseller)의 저가 판매는 막을 수 있을까?
상표권자가 자신의 상품을 저가에 판매하는 리셀러를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상표권자는 리셀러의 판매를 막고 싶어한다. 상표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시 소비자 보호다. 소비자는 진정상품을 저가에 구입할 수 있는 피해는 없다. 법적으로 상표권자가 판매한 상품을 소비자가 중고 마켓에서 다시 판매할 수도 있다. 즉 상표권자는 상표권을 활용하여 상품 판매라는 목적을 달성하게 되고, 그 이후의 행위를 제재한 권한이 사라진다. 이를 ‘권리소진’이라고 부르고 있다.
리셀러는 소비자와 다르게 사업 형태로 판매나 유통을 한다는 점에서 일반 소비자와 다르다. 그렇다고 다른 법적 논리를 내세울 수도 없다. 리셀러는 정당한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셀러는 위조상품도 아닌 진정상품을 어떻게 상표권자보다 저가에 판매하고 있을까? 대부분 상표권자가 특정 행사에서 특별 할인가로 대량으로 상품을 판매한 후 문제된다. 리셀러가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상표권자 스스로 구매 수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리셀러의 상품 판매에서 저작권이 문제될 수 있다. 만약 리셀러가 상표권자 홈페이지의 제품 상세페이지 또는 이미지 사진을 그대로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가 된다. 또한 이러한 리셀러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로 취급될 수도 있다. 다만 단순한 제품 사진은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저작물로 취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리셀러가 상품의 사진을 온라인 사이트에 올려두는 행위 자체는 문제 삼을 수 없다.
명품 리폼, 상표권 침해인가?
명품 리폼을 허용한 2026년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리폼업자인 피고가 원고의 등록상표가 표시된 가방 소유자들의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그 소유자들로부터 리폼 요청을 받아 그에 따른 리폼 행위를 하고 그 리폼 제품을 그 소유자들에게 반환한 사건에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결은 사회적 영향이 크므로, 대법원은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면서 그 경위와 판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대법원 2024다311181 상표권침해금지 등 사건 보도자료). 이하에서는 대법원의 보도자료를 근거로 명품 리폼에 대한 상표권 침해 판단에서 유의할 점을 알아보자.
상품의 동일성을 해한 경우, 새로운 생산행위로 취급한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상표권자가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판매한 경우, 더 이상 상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는 그 상품을 대여해주거나 중고로 판매할 수 있으며, 상품을 수선해서 사용하는데 제약이 없다.
하지만 원래 상품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하는 경우 생산행위와 마찬가지이므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후지필름 사건 2002도3445). 후지필름 사건에서 대법원은 “1회용 카메라에 새로운 필름으로 갈아 끼우고 새로운 포장을 한 행위는 단순한 가공이나 수리의 범위를 넘어 상품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로 본래의 품질이나 형상에 변경을 가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는 실질적으로 새로운 생산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등록상표의 상표권자인 후지필름은 여전히 상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개인적 사용을 위한 리폼과 생산행위에 해당하는 리폼의 구별
대법원은 “리폼업자가 가방 소유자로부터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한 리폼 요청을 받아 그에 따른 리폼 행위를 하고 리폼 제품을 소유자에게 반환한 경우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특허법원 판결(2023나11283)에서 인용한 리폼 전후 제품 형태>

명품 리폼이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리폼업자가 리폼 과정을 지배·주도하면서 리폼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등 이를 자신의 제품으로서 상거래에 제공하여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게 하였다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아무리 가방 소유자가 리폼을 요청하였더라도, 예를 들어 리폼업자가 자신이 정해놓은 디자인에 따라 리폼 제품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동일한 디자인의 리폼 제품이 거래시장에서 유통된다면, 상표권자가 상표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가방 소유자가 개인적 사용이 아닌 거래시장에서 유통할 목적으로 다량의 리폼을 의뢰한 경우, 리폼업자는 제품 생산행위에 관여했으므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후지필름 사건에 대비해보면, 1회용 카메라의 필름을 개인적으로 교체하는 행위는 문제되지 않지만, 새로운 필름으로 교체한 1회용 카메라를 거래시장에서 계속 유통한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결국 모든 리폼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리폼업자가 자신의 디자인을 적용하여 다량의 리폼 제품을 유통시키거나, 타인이 유통을 목적으로 의뢰한 리폼을 제공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모든 리폼을 허용한 판결로 오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