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등록이 용이한 도형 상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상표는 등록을 포기해야 할까. 포기할 수 없다면 통상적으로 도형, 엠블럼 또는 심볼을 결합시켜 상표를 등록하게 된다. 보통 도형에는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도형이 상품 자체 또는 상품의 원재료 등 성질만을 표시하는 방법이라고 판단될 확률이 문자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돼지 도형과 관련된 상표는 음식점업을 지정하였으나 사실적으로 표현된 돼지의 사진만으로 구성되지 않았기에 등록되었다. 도형 상표는 서로 상표의 겉모습(외관)으로 비교하므로 서로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저작물을 이용하여 상표를 등록해서는 안 된다. 상표 등록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등록한 상표를 사용하면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커피빈의 상표등록 전략
성질표시 상표에 도형을 결합한 예시는 ‘커피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 전문점 커피빈은 다음과 같이 상표를 커피, 홍차라는 상품과 커피 전문점에 대해 등록시켰다. 이 상표에서 ‘Coffee Bean’과 ‘Tea Leaf’는 커피 원두와 찻잎을 설명하는 문구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다. 하지만 커피 원두와 찻잎으로 구성된 도형 때문에 상표등록이 가능했다. 커피빈은 식별력 있는 도형과 식별력 없는 문자를 합쳐서 상표를 등록(등록상표 41-0079646)하고, 커피 전문점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식별력에 대한 오해
상표에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수식하는 문자를 길게 붙여서 등록해달라고 요청한다. 예를 들어, ‘맛있는 사과’ 는 ‘사과’에 대해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으니 등록이 불가능하다고 하면, ‘안동에서 나오는 정말 맛있는 사과’라고 수식어나 부기적인 요소를 붙인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식별할 수 있는 힘’을 얻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한 식별력 관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수식어나 부기적인 요소는 소비자에게 브랜드로 인식되지 못한다. 브랜드로 인식되지 않는 부기적인 부분은 상표 심사에서 등록 여부 판단 대상으로 삼지도 않는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상표 유사 판단의 대상
코리아세븐이라는 회사는 커피 등에 ‘coffee bean cantabile’이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커피 전문점으로 유명해진 커피빈은 자신의 상표권과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한다. 동일한 상표가 등록되어도 안 되지만, 유사한 상표도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으므로 중복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상표라도 다른 사람이 먼저 신청하거나 등록한 상표와 비슷하다면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 이 정도면 분명 상표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상표가 서로 비슷하다는 이유로 거절되는 경우도 많다.
이 사례의 논쟁 핵심은 상표 유사 판단 대상을 어떤 것으로 결정할지이다. 커피빈은 도형과 문자를 결합시켰는데, 코리아세븐의 상표와 중복되는 부분은 ‘coffee bean’이다. 도형과 문자가 결합되어 있더라도, 문자만 분리하여 다른 상표와 유사한지 판단할 수 있다. ‘coffee bean’은 ‘커피 원두’라는 의미도 커피 또는 커피 전문점의 원재료를 의미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상표 유사 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인지도를 얻은 식별력 없는 문자
커피빈의 상표권에서 ‘coffee bean’은 본래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었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대법원 2011후835)로 식별력이 생겼다고 인정받는다. 처음에는 상표가 식별력이 없더라도, 상표의 사용기간, 판매량, 시장점유율, 광고의 방법 및 횟수 등을 입증 자료로 제출하면 추후 식별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즉 ‘coffee bean’이 ‘커피 원두’라는 1차적인 의미를 넘어 소비자에게 알려진 커피 전문점이라는 2차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다음의 판결 내용을 살펴보자.
커피빈의 식별력 취득에 대한 대법원 판단
『Coffee bean을 사용하는 매장이 2001. 5. 10. 청담점 1호점으로 개설된 이후, 2007년 말까지는 총 111개, 2008년 말까지는 총 148개, 2009년 말까지는 총 188개의 매장이 전국적으로 개설된 사실, 이들 매장을 관리하는 주식회사 커피빈코리아의 매출액은 2006년 350억 원, 2007년 679억 원, 2008년 917억 원, 2009년 1,112억 원을 기록한 사실, 2008. 5. 1.자 머니투데이에는 ‘세종로 중앙청사에 외국계 커피전문점 커피빈이 들어온다’라는 제목의 기사가…(중략)…각 실린 사실, 커피빈코리아는 2005년 및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 SQI) 1위를 수상하였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 한국산업 고객만족지수(KCSI) 1위를 수상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2009년 말을 기준으로 Coffee bean을 사용하는 매장의 수가 전국적으로 188개에 이르고, 이들 매장을 관리하는 주식회사 커피빈코리아는 국내에서 제2위의 커피체인점업체로서 2009년에 1,112억 원의 연 매출액을 달성하였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 한국산업 고객만족지수(KCSI) 1위를 수상하기도 하였으며, 매장들은 거래계에서 ‘커피빈’으로 약칭되어 왔고 특히 스타벅스가 ‘별다방’으로 애칭되는 것과 대비하여 커피빈은 ‘콩다방’으로 애칭되기도 하였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등록결정시인 2009. 9. 1. 무렵에는 거래사회에서 오랜 기간 사용된 결과 그 구성 중 애초 식별력이 없었거나 미약하였던 ‘coffee bean’ 부분이 수요자 간에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것인가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상표 인지도의 강력한 효과
커피빈의 사례처럼, 도형과 문자가 결합된 경우 이를 분리하여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 전체가 아닌 문자만 서로 비교하여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실제 소비자들은 브랜드에서 그 일부만으로 브랜드를 인식하고 부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실은 그 문자가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독점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 문자 부분을 비교하여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커피빈 사례에서 ‘coffee bean’이라는 문자가 과연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느냐를 따진 이유다.
이렇게 ‘coffee bean’ 부분이 ‘새우깡’ 상표처럼 식별력이 있는 상표로 인정되자 ‘coffee bean cantabile’ 상표는 커피빈의 등록상표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무효가 되었다. 상표가 인지도를 획득하면, 커피빈 회사의 이익이 아닌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 때문에 법적 보호가 이루어진다. 상표 인지도 획득은 강력한 효과가 있다.
식별력 없는 문자의 상표등록 전략
만일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는 문자를 선택하였고 굳이 이러한 상표를 등록해야 할 상황이라면, 도형과 문자를 결합시켜 등록시키고 꾸준히 사용하여 식별력을 취득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식별력이 없는 상표의 문자만으로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동일한 업종에서 동일한 상표(문자)로 사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도형과 문자가 결합된 상표를 일단 등록한 후 사업이 성공 궤도에 오르면 문자만을 별도로 사용하면서 소비자에게 인식시키고 문자만의 상표를 등록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상표 또는 식별력이 있는지 없는지 모호한 상표에 적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는 문자를 상표로 등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도형 또는 엠블럼을 문자에 결합시켜 상표등록을 추진한다. 다만 식별력이 없으므로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사용하더라도 상표권으로 제재하지 못한다는 한계와 위험이 있다.
시대에 따라 상표 유사에 대한 판단도 변한다
식별력과 상표 유사에 대한 판단 순서
식별력은 상표등록의 1차 요건이다. 식별력이 있다는 전제에서 타인의 상표 출원이나 상표 등록과 유사한지 여부를 비교한다. 등록되는 상표는 원래부터 식별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브랜드는 처음에는 식별력이 없는 문자이었다가 추후 비즈니스가 성공하여 식별력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비즈니스의 성공은 곧 소비자 보호와 연결된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나 거래자에게 알려지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상표권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상표 유사 판단에 대한 원칙
상표등록의 1차 요건인 식별력에 문제가 없다면, 상표의 유사 판단 단계로 넘어간다. 다음은 지식재산처 상표심사기준의 상표 유사판단에 대한 원칙이다.
『상표의 유사여부는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되는 두 개의 상표를 놓고 그 외관·호칭·관념 등을 전체적·객관적·이격적으로 관찰하여 일반수요자나 거래자가 상표에 대하여 느끼는 직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거래상 상품출처의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호칭·외관·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차이가 있어 거래상 상품 출처의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없는 때에는 유사한 상표라고 할 수 없고, 반대로 각 요소에서 서로 다른 부분이 있어도 전체적으로 볼 때 일반수요자나 거래자가 오인·혼동을 일으키기 쉬운 경우에는 유사한 상표로 보아야 한다.』
문자 상표의 유사 판단
상표등록이 가능한지 여부는 두 개 상표의 발음(호칭), 겉모습(외관), 의미(관념)을 비교한다. 문자 상표는 다른 상표와 비교할 때 전통적으로 발음(호칭)이 비슷한지가 중요하다. 대법원(97후3050)은 “오늘날 방송 등 광고선전 매체나 전화 등의 광범위한 보급에 따라 상표를 음성 매체 등으로 광고하거나 전화로 상품을 주문하는 일 등이 빈번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문자상표의 유사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는 그 호칭의 유사 여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한글 상표의 경우 여러 음절로 구성되어 있다면 첫 음절이 가장 중요하게 취급된다. 첫 음절을 강하게 발음하는 언어 습관 때문이며, 음절이 많아질수록 마지막 음절의 발음은 중요도가 떨어진다. 영어 상표는 그 발음을 한글로 변환하여, 한글 상표의 유사 여부와 동일한 원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
문자 상표의 발음 vs 겉모습
아래 ‘Urbansys’ (출원상표)는 먼저 등록된 상표 ‘AVANCIS’와 유사한 것일까? 문자상표는 발음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영어 상표는 그 발음을 한글로 변환하여 비교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출원상표는 ‘어반시스’로, 선등록상표는 ‘아반시스’로 발음된다고 한글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양 상표의 발음은 거의 동일하고 전체적으로 청감이 유사하여 상표가 유사하다고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2020후10957)은 출원상표 ‘Urbansys’와 먼저 등록된 상표 ‘AVANCIS’의 유사 여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출원상표는 ‘어반시스’로, 선등록상표는 ‘어반시스’ 또는 ‘아반시스’로 호칭될 것으로, 그 차이가 크지 않아 전체적인 청감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양 상표는 외관이 완전히 상이하다. 양 상표 모두 알파벳의 대문자 또는 주로 소문자로 이루어진 문자상표로서 그 철자의 구성도 다르며 거의 겹치지도 않는다. 또한, 이 사건 출원상표는 ‘도시의’를 의미하는 ‘urban’과 ‘체계’ 등을 의미하는 ‘system’의 약어 ‘sys’를 결합한 조어로 ‘도시의 체계’ 정도로 관념될 수 있을 것이나, 선등록상표는 특별한 관념이 없어 보이는 조어로 양 상표의 관념을 대비할 수 없다. 이와 같이 호칭이 일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양 상표의 외관이 현저히 다르고, 관념을 대비할 수 없는 이상 일반 수요자에게 상품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겉모습이 중요해진 문자 상표
시대 상황이 변하면 상표 유사 판단 기준도 변경해야 한다. 기존에는 문자 상표의 경우 발음이 중요했지만 이제 상표의 겉모습(외관)도 중요해졌다. 기존 판결이 선고된 지 20년이 흘러 이제는 전자기기에서 인터넷 쇼핑몰 화면을 보면서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다. 따라서 상표의 발음보다는 그 겉모습이 다르다면 소비자는 브랜드를 혼동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대법원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상표의 겉모습이 중요해진 만큼, 만일 먼저 등록된 상표와 발음이 비슷해도 소비자가 확연히 구별할 수 있는 철자나 도형이 포함되어 있다면, 상표의 겉모습이 다르다는 주장으로 상표등록을 추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