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죽’ 상표, 상품의 일반명칭인가

함께 살펴본 바와 같이, 상표가 보통명칭, 성질표시 상표, 지리적 명칭인 경우 상표등록이 허용되지 않는다. 보통명칭 등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로 소비자가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덮죽’은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경북 포항 식당의 메뉴로 소개되었다. 그렇다면 ‘덮죽’이라는 용어는 상표등록이 가능할까? 상표등록이 안 된다면, 상품의 보통명칭일까 아니면 경북 포항 식당의 유명한 메뉴 이름으로 취급해야 할까?

‘덮죽’ 상표 출원의 등장

포항 식당 사장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 2020년 7월 16일 ‘덮죽’이라는 상표가 제30류 ‘쇠고기버섯죽’ 등을 지정하여 상표등록 출원되었다(상표등록 출원번호 제40-2020-123107호). 지식재산처는 상표 심사 결과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거절결정하였다.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경북 포항의 ‘덮죽’ 관련 사연이 2020. 7. 8.부터 전국에 공개되었고, 같은 달 15. 이후 전국적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으며, 해당 방송에서 ‘덮죽’, ‘시소덮죽’, ‘소문덮죽’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출원상표는 그 지정상품인 귀리죽, 덮밥, 도시락밥, 쇠고기버섯 죽 등에 사용될 경우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해당 방송 등으로 알려진 특정인의 상표로 출처의 오인·혼동을 일으켜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하므로 상표 법 제34조 제1항 제12호에 해당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 ‘덮죽’은 ‘쇠고기버섯죽’ 등에 대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방영한 포항 식당 사장님의 상표로 알려져 있고, 다른 사람이 이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 출처의 혼동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덮죽’이 일반명칭으로 실제 사용되는지 여부

상표 출원인은 이 거절결정에 대하여 불복하여 심판을 청구하였다. 지식재산심판원은 ‘덮죽’이 특정인의 출처로 알려진 상표인지 보다는 보통명칭인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판단하였다. ‘덮죽’이 보통명칭이라고 하려면, 현실적으로 상품의 일반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어야 한다.

심판원(2021원2270)은 ① 나무위키(아래 화면 캡쳐)에서 “덮밥에서 파생된 요리로 기존의 덮밥에서 단순하게 밥만 죽으로 바뀌는 형태가 아닌 생쌀을 볶아 채수를 가미해 식감과 풍미를 살린 볶음죽에 고기와 8가지 채소의 토핑을 곁들여 먹는 중화풍의 퓨전 요리이다.”라고 소개되고 있는 점, ② 2020. 7. 15.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영분에서 높은 시청률과 해당 유튜브의 상당한 조회수를 기록한 점, ③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영 이후 여러 언론에서 ‘덮죽’을 ‘덮밥’과 대비하여 죽의 한 종류로 소개한 점, ④ 각종 언론 매체에서 ‘덮죽’을 파생적으로 소개한 점, ⑤ 네비업 블로그에서 일반 소비자의 덮죽 관련 레시피가 다수 게재된 점을 근거로 하여, ‘덮죽’은 현실적으로 일반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인정하였다. ‘덮죽’이 ‘덮밥’에 대비되는 명칭이라는 것이다.

<아래는 심판원 심결문에서 인용한 유튜브 캡처 사진>

덮죽-상표-심판원-심결문-인용-유튜브-캡처-사진

따라서 ‘덮죽’이라는 상표는 ‘쇠고기버섯죽’ 등의 보통명칭이므로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덮죽’이 성질표시 상표인지 여부

또한 ‘덮죽’이 상품의 산지, 품질, 원재료, 효능, 용도 등을 표시하는 성질표시 상표인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심판원은 “죽에 토핑을 얹어 만든 상품의 형상, 조리방법 등 성질을 표시한다”고 판단하였다. 지식재산처가 심사 과정에서 인지도가 있는 특정인의 출처와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를 심판원은 배척하였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소개된 ‘덮죽’이라는 용어는 특정인의 출처가 아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포항 식당 사장님의 ‘시소덮죽’이나 ‘소문덮죽’은 동일한 논리로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덮죽’ 상표등록 거절의 시사점

‘덮죽’이라는 상표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포항 식당 사장님의 출처로 판단되지 않았다. 지식재산처의 심사에서 인지도가 있는 출처표시로 판단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심판원의 결론이 나올 때는 상품의 일반 명칭으로 취급되었다. 덮죽이 원래부터 덮밥과 같은 음식 명칭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판단은 매우 적절해보이지만, 좀 더 심도있게 생각해보자. 사업 초기부터 메뉴 용어가 일반 명칭인지 검토하고, 브랜드를 개발해야만 한다. 보통 어떤 상품이나 음식이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 원조가 처음으로 사용한 명칭이 그 상품이나 음식의 일반명칭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된다. 소비자는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 명칭이 브랜드인지 일반명칭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가 일반명칭으로 사용하면서 사전에 수록되고, 언론 매체에 보도되며, 블로그에 게재되면서 수많은 자료가 쌓이게 된다. 요즘은 SNS를 통해 순식간에 유행이 시작되고,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정보가 확산된다. 결국 자신의 브랜드가 일반 명칭이 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어떻게 구분하여 표시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고민이 원조로서 상표권을 확보하고 꾸준히 사업을 확장할 기반이 될 것이다.

메뉴 이름, 상표 등록이 필요할까

포항 덮죽 최민아 사장의 상표 현황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소개된 포항 덮죽집은 방송 이후 다른 사람이 먼저 상표등록을 신청하면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 상표 출원이 어떤 이유로 거절되었는지 소개하였다. 포항 덮죽집 사장은 10개의 상표등록을 출원하였다. 이 상표들은 제30류의 ‘쇠고기 버섯죽’ 등을 상품으로 지정하거나 제43류 죽 전문 식당업을 지정하였다.

이 중 9번 상표인 ‘The 덮죽’은 일반 명칭이라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상표 출원인이 최민아 사장이든 다른 사람이든 동일한 논리가 적용된다. 1번, 2번, 4번, 5번 상표에서 ‘덮죽’은 식별력이 없으므로, 도형(그림)을 포함시켜 등록을 받았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메뉴의 이름인 시금치와 소고기가 들어간 ‘시소덮죽’, 소라와 돌문어가 들어간 ‘소문덮죽’, 오므라이스 덮죽인 ‘오므덮죽’에 대해서도 상표등록을 받았다.

포항-덮죽-최민아-상표
포항-덮죽-최민아-상표

메뉴 이름의 상표 등록

원래 메뉴의 이름은 음식을 설명하거나 식당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명칭이므로 브랜드라고 할 수 없다. 즉 메뉴의 이름은 브랜드로서 사용되지 않는다. 다만 지식재산처에서 심사가 이루어질 때, 실제로 쇠고기버섯죽 등의 브랜드인지 단순한 메뉴의 이름인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일반적인 심사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만일 메뉴의 이름이 앞에서 설명한 ‘식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등록받을 수 없다. 특히 단순히 음식의 재료 등을 나열한 메뉴 이름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반면 ‘시소덮죽’과 같이 메뉴이름을 보고 음식의 재료 등을 직감할 수 없다면,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으므로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메뉴 이름 상표의 사용 방식

이렇게 메뉴의 이름이 상표로 등록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일까? 다음의 ‘폭탄밥’이라는 상표는 제30류 주먹밥 등을 지정하여 등록되었다. 실제로 상표권자는 식당에서 닭요리 및 점심특선의 메뉴판에 삼계탕, 닭곰탕 등 여러 메뉴 중의 하나로 ‘폭탄밥’을 기재하여 판매하였다고 한다.

폭탄밥-등록상표

하지만 주식회사 농심은 등록된 ‘폭탄밥’ 상표를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상표등록을 취소해달라는 심판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특허법원(2014허8861)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상표등록을 취소한다.

『원고의 통상사용권자인 주식회사 탐앤탐스(대표자 원고)가 운영 하는 ‘○○○○’이라는 음식점에서 2014. 2. 17.경 ‘폭탄밥’이라는 메뉴를 3,000원에 제공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상표법에서의 상품은 상거래의 목적물로서 유통과정에 놓이는 교환가치를 가지는 유체물을 말하고, 유통성과 양산성을 전제로 하는데, 위 ‘○○○○’ 이라는 음식점에서 제공한 폭탄밥이라는 음식물은 유통과정에 놓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표법에서의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 음식점에서 메뉴판에 폭탄밥이라는 표장을 사용하는 것이 위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업에 사용된 것으로 볼 수는 있어도, 상표적 사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즉, ‘폭탄밥’이라는 상표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주먹밥의 브랜드로 등록되었으므로, 식당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로서 ‘폭탄밥’ 이라는 메뉴명을 사용한 것은 등록상표의 사용이 아니라는 뜻이다. ‘폭탄밥’이라는 상표를 마트에서 포장 및 유통되는 주먹밥의 브랜드로 사용해야 등록상표의 사용으로 인정받는다. 또한 다른 사람이 메뉴명으로 ‘폭탄밥’을 사용하더라도,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상표권의 침해를 선뜻 주장하기 어렵다.

메뉴 이름의 상표등록 전략

포항 덮죽집의 메뉴 이름인 ‘시소덮죽’과 ‘소문덮죽’은 상표로 등록되었다. 그렇다면 메뉴 이름은 상표등록이 필요하지 않은 것일까? 정답은 없지만 사업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최민아 사장의 경우, 덮죽 상품의 유통 사업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상표등록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만약 ‘시소덮죽’이나 ‘소문덮죽’이 상품으로 개발되어 마트 등에서 유통된다면 적법한 등록상표의 사용으로 인정된다. 메뉴명이 브랜드로 되는 현상은 시대 변화에 따라 가속화되고 있다. 상품 유통을 통한 사업 확장 가능성을 고려한 상표등록은 현명한 투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상표등록을 먼저 신청해놓으면, 다른 사람이 상표를 무단으로 선점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서비스업의 상표와 상품의 상표는 구별된다

상호와 상품의 상표

상호와 브랜드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호의 사전적 의미는 ‘상인이 영업 활동을 할 때 자기를 표시하기 위하여 쓰는 이름’이다. 사업자등록증에 기재된 회사의 명칭이 상호이다. 예를 들어 삼성의 Galaxy 스마트폰은 상호가 ‘삼성전자 주식회사’이며 스마트폰이라는 상품의 브랜드는 ‘Galaxy’이다. 상호와 브랜드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상품의 브랜드가 유명해지면, 그 브랜드를 회사의 이름으로 변경하는 경우도 가끔 발견된다.

상호와 서비스업 상표

반면 식당과 같은 서비스업에서는 상호와 브랜드가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부산의 맛집 ‘사미헌’은 상호가 ㈜사미헌이고 매장의 간판 등에 사용하는 브랜드도 ‘사미헌’으로 일치한다. 다만 브랜드는 ‘사미헌’ 외에도 한자로 구성된 도장 모양도 포함하고 있다. 다음과 같이 제43류 한식점업 등을 서비스업으로 지정하여 이 브랜드를 상표로 등록하였다.

사미헌-서비스업-상표

서비스업 상표와 일치하는 상품의 상표

서비스업의 상호라도 유통되는 상품의 브랜드로 활용되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미헌의 포장된 상품은 마켓컬리에서도 판매되고 있고, 직접 운영하는 사미헌몰에서도 판매한다. 이제 사미헌은 한식점업의 브랜드이자 상품의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미 등록된 제43류 한식점업의 상표 외에도 제29류 육류가공식품 등을 상품으로 지정하여 추가적인 상표등록이 필요하게 된다. 결국 상호가 브랜드로 활용된다면, 그 서비스업이나 상품을 지정하여 상표로 등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미헌몰-홈페이지-상품-상표

서비스업 상표와 분리된 상품의 상표

‘덮죽’ 사례에서는 상호나 매장의 간판에 사용하는 상표는 제43류 ‘죽 전문 식당업’을 지정하여 등록하였다. 또한 메뉴의 이름인 시금치와 소고기가 들어간 ‘시소덮죽’, 소라와 돌문어가 들어간 ‘소문덮죽’, 오므라이스 덮죽인 ‘오므덮죽’에 대해서도 제30류를 지정하여 상표등록을 받았다. 포항 덮죽집은 제43류의 서비스업과 제30류의 상품의 상표가 구분되어 있다. ㈜사미헌이 서비스업의 상표와 상품의 상표가 일치하는 것과 다른 형태이다. ㈜사미헌은 ‘사미헌’이라는 한식당이 유명하기 때문에, 상품의 상표도 ‘사미헌’을 중심으로 등록하는 전략이다. 반면 포항 덮죽 식당은 한식당의 인지도보다 메뉴 이름이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쌓았기 때문에 서비스업과 상품의 상표를 구분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서비스업 상표를 상품 상표로 등록한 사례

‘덮죽’이나 ‘사미헌’의 예와 다르게, 상호나 서비스업의 브랜드를 상품의 상표로 등록하는 경우도 있다. 막국수 한식당의 운영을 위하여 ‘춘천 별당 막국수’라는 상표를 ‘막국수’라는 상품에 등록한 사례가 있다. 다른 사람이 ‘춘천 별당 막국수’라는 상표가 한식점업에 사용되었다고 볼 수는 있어도 ‘막국수’라는 상품에 사용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상표등록의 취소를 청구하였다. 이에 특허법원(2004허2208)은 “막국수를 지정상품으로 하는 등록상표를 간판이나 포장용 비닐봉투에 사용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사용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서비스업과 상품의 출처표시에 대한 오해

이러한 사례는 대부분 서비스업과 상품을 구분하지 못하는 실수에서 비롯된다. ‘춘천 별당 막국수’라는 상호나 브랜드는 ‘한식점업’의 출처를 표시하는 것이며, ‘막국수’라는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지 않는다. 지금도 동일한 취지의 판결이 반복적으로 선고되고 있다. 법원의 판결까지 받으며 다투는 현상을 보면, 아직도 이해가 부족하거나 서비스업과 상품의 출처표시에 대해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장면을 볼 때마다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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