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스마트 폰을 전격적으로 발표하였다. 이때 스티브 잡스는 “Boy, have we patented it!”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기술을 특허로 보호하고 시장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2013 년 9월 스티브 잡스의 시연 때문에 독일 특허가 무효로 되었다. 시연 내용 중 포토 갤러리에서 ‘바운스 백 효과’를 보여 준 것이 문제가 되었다.
독일 연방 특허법원이 스티브 잡스의 시연 때문에 애플 특허를 무효로 선언한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허법원이 판결하더라도 바로 확정되지는 않지만, 이 사례는 특허 제도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 특허(EP2059868)는 2007년 8월 31일에 신청되었으며,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의 공개 행사는 특허 신청일보다 앞선 2007년 1월 8일이었다.
이 특허는 바운스 백(bounce-back) 효과, 즉 스마트폰에 저장한 사진을 손가락으로 넘길 때 맨 마지막 사진의 끝부분에 도달하면 화면이 더 이상 넘어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용수철처럼 튕겨 되돌아가는 기술에 관한 발명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어떤 사진이 있을 때 먼저 그 사진을 확대하고 왼쪽 방향으로 사진을 넘길 때, 오른쪽 끝부분이 끌려 나오다가 음영으로 표시된 후 오른쪽 방향으로 다시 튕겨져서 화면이 되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왼쪽 방향으로 사진을 끌어당기면 다음 사진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와 같은 발명은 확대된 사진의 끝부분을 사용자에게 알려 주는 기술로써, 스마트폰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었다. 이 특허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에도 쟁점이 될 만큼 중요했다. 따라서 애플의 독일 특허에 삼성이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특허 등록을 무효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른 원인도 아닌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시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독일 특허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등록된 특허가 이런 이유로 무효가 되는 일은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속 뚜껑이 있는 김치통’ 특허(실용신안등록 제 465164호)는 특허 신청 전에 홈쇼핑과 쇼핑몰에 광고하였다는 이 유로 무효가 되었다. 특허청에 따르면 ‘속 뚜껑이 있는 김치통’은 우리 조상들이 김치에 누름돌을 올려 건더기가 국물에 잠기도록 하여 공기에 의한 김치의 산패를 방지함으로써 김치 맛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전통 방식에 착안하여 개발된 제품이라고 한다. 이 제품은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부들이 선호하는 히트 상품이었다
자신의 발명을 시연한 행위 또는 제품의 판매때문에 자신의 특허가 무효가 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세상에 널리 알렸으니 어떤 권리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발명자나 그 회사는 발명을 세상에 알리는 행위와 특허 등록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정반대의 논리가 가능하다. ‘세상에 널리 알려져서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특허를 주장하지 않았으니 누구나 사용해도 된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 특허권을 부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발명을 보호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기대 이익과 예측 가능성을 조화시켜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발명을 공지하는 행위에 대해서 발명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예외를 두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적절하게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일정한 예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발명을 공지하는 행위는 특허 제도의 취지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도,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특허의 지식』의 저자 다케다 가즈히코(竹田和彦)는 특허 신청 전에 공지하는 행위에 대하여 ‘자살 발명’이라는 거친 표현을 사용하였다. 자신의 발명을 세상에 알려 새롭지 않은 발명으로 만들었으니, 이러한 거친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발명자나 특허권자의 충격을 완화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예측 가능성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절충안이 있는데, 이를 ‘공지예외주장‘ 제도라 한다. 나라마다 상이하지만 제품의 시연 또는 논문 발표 등 공지한 날로부터 6개월 또는 1년 내에 특허를 신청하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규정이다. 6개월 또는 1년의 기간을 ‘유예 기간(grace period)’이라고 한다. 공지 행위를 한 발명자나 회사도 유예 기간 내에 특허를 신청하면 보호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도 유예 기간 때문에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 한국, 일본과 미국의 특허 제도는 1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있다. 중국과 유럽의 특허 제도는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준다.
발명 공지 후, 유예 기간 내에 특허를 신청하면, 특허를 심사할 때 발명 공지로 인하여 특허가 거절되지 않는다. 즉, 발명을 세상에 알리는 행위는 있었지만 이 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취급한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러한 제도가 없다면 특허 신청 전에 발명이 공지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발명이 새롭지 않게 된 후 특허 신청이 이루어진 꼴이 된다. 특허 신청일을 기준으로 새롭지 않은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 특허를 신청한 발명이 새로운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신규성(novelty) 요건’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공지예외적용 주장 제도는 신규성 상실의 예외라고 말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바운스 백 특허는 2007년 8월 31일에 특허가 신청되었으며,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의 공개 행사는 2007년 1월 8일이었다. 유예 기간만 따진다면 미국 특허 신청은 유예 기간 내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고 있는 유럽 특허 신청에서는 이 유예 기간이 지켜지지 않았다.
공지예외적용 주장제도를 이용하기 위하여 일부 국가에서는 ‘특허를 신청할 때’ 이러한 공지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여 지식재산처에 제출해야 한다. 이는 특허 신청인에게 부담이 되는 절차이다. 만일 발명자나 특허 신청인이 공지 행위가 문제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특허를 신청할 때 공지예외적용을 주장하지 못하여 구제받기 어렵게 된다. 특허 신청할 때는 자신이 발명 공지 행위를 했는지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발명 공지 행위를 했다면 증명 서류도 특허청에 제출해야 한다.
‘속 뚜껑이 있는 김치통’은 2011년 10월 20일과 2012년 1월에 쇼핑몰과 홈쇼핑에 광고를 하였고, 2012년 10월 17일에 특허를 신청하였다. 특허 신청이 최초 공지된 날인 2011년 10월로부터 1년 내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특허 신청을 할 때’ 공지 예외적용을 주장하지 않았다. 이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므로 등록된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특허를 신청할 때 신청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공지예외적용 주장제도를 보완하였다. 즉, 공지예외적용 주장이 ‘특허를 신청할 때’에만 가능했던 특허법 규 정을 완화했다. ‘특허를 신청할 때’ 뿐만 아니라 심사 단계에서 보정 기간과 특허 등록료를 납부하는 기간에 공지예외적용을 주장 할 수 있게 되었다. 완화된 특허법 규정도 1년의 유예 기간 내에 특허를 신청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므로, 다른 사람의 예측 가능성을 해치지 않는다.
‘속 뚜껑이 있는 김치통’에 관한 특허를 신청할 때 공지예외적용을 주장하지 않아 무효가 되었는데, 이제는 특허 신청 후에도 구제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무효 심판이 청구된 경우에 자신의 공지 행위임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특허가 무효로 되는 결과는 같다. 중소기업의 발명이 보호될 수 있도록, 특허 무효 심판에서 공지 행위를 주장할 수 있도록 특허법이 개정되길 기대해본다.
그러나 한국의 특허 제도가 신청인의 부담을 완화하였더라도, 다른 국가의 특허 제도는 변함이 없다는 점에 유의하자. 일부 국가는 특허를 신청할 때 공지예외적용을 주장하고 증명 서류도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는 경우, 한국 특허는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해외 국가의 특허는 절차의 미비로 특허가 무효가 될 수 있다. 한국 특허 제도가 특허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더라도, 특허 신청인에게 약인지 독인지는 각 국가의 특허 절차를 얼마나 인지했는지에 달려 있다.
특허 신청 전에 발명의 공지 행위가 문제된 대표적인 한국 사례가 있다. 소위 ‘『마법천자문』 사건’이라고 한다. 발명이 책의 내용과 관련되어 특허의 대상인지 여부가 문제 되었지만, 지식재산처 심사를 통과하여 한국 특허 10-0592036호로 등록되었다.
『마법천자문』이라는 한자 교재에 대하여 특허 등록을 받았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진행한 특허 분쟁에서 특허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특허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이유는 다른 선행 기술과 비교할 때 특허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특허를 신청하기 전에 『마법천자문』 도서를 발행하였기 때문이었다. 북이십일의 김영곤 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기술을 자기가 공지하는 게 문제 된다는 것을 아는 기업인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패소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인터뷰 당시 『마법천자문』으로 1,00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김영곤 사장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공지 행위를 예외로 인정할 것인가’이다. 한 나라 안에서도 어떤 공지 행위를 예외로 인정할 것인지 계속 변하고 있다. 특허를 보호하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공지 행위의 유형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정한 공지 행위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다가 현재는 어떤 공지 행위라도 ‘공지예외적용 주장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런 역사적 변화를 잘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마법천자문』 사건’이다.
『마법천자문』 사건에서 특허 신청인은 국제전시회에 출품 및 전시 후, 6개월 내에 특허를 신청하였다. 이를 기초로 우선권을 주장하여 다시 특허를 신청하고 30일 내에 증명 서류까지 제출하였다. 당시 특허법은 유예 기간도 1년이 아닌 6개월이었다. 또한 국제전시회 출품은 공지예외적용 주장 사유가 되었지만, 도서를 판매하는 행위는 예외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 법원에서는 공지예외적용 주장제도의 유예 기간이나 특허를 신청할 때의 주장 및 증명 서류의 제출 모두가 법률 규정에 부합하였지만, 도서 판매가 예외 유형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허 등록을 무효로 판결하였다.
각 나라마다 특허 제도를 운용하는 정책 방향이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공지예외적용을 주장할 수 있는 사유도 차이점이 있다. 공지예외적용 주장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이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이 다르다. 한국, 일본, 미국은 제품 판매, 시연 행위, 논문의 발표가 특허 신청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은 이러한 공지 행위가 특허를 신청하기 전에 이루어지면 특허를 받을 수 없거나 특허를 받더라도 무효가 된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시연 행사가 미국 특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유럽(독일) 특허에는 영향을 미쳤다. 특허를 신청하기 전에 제품을 시연 또는 판매하거나 논문을 발표하는 순간, 중국과 유럽의 특허 등록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지 행위에 대한 가장 바람직하고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한국 특허를 신청하기 전에 공지 행위가 있었는지 먼저 확인하고, 공지 행위가 있었다면 특허를 신청할 때 공지예외적용을 주장하고 증명 서류를 제출해두는 방법이다.
첫 번째 이유는 유예 기간을 지키기 위함이다. 특허를 신청하기 전에 공지 행위의 유무를 확인해야 가장 기본적인 유예 기간 내 특허 신청이 가능하다. 두 번째 이유는 해외 국가를 결정하기 위함이다. 공지 행위가 일단 발생하면 중국과 유럽은 특허를 등록받을 수 없다. 공지 행위를 확인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해외 특허가 진행될 수 있다. 해외 국가가 결정되면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 유예 기간과 공지예외적용의 주장 시기를 확인해야 한다.
세 번째 이유는 한국 특허를 신청할 때 공지예외적용의 주장과 증명을 진행하지 않는 경우, 특허 등록까지 공지 행위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특허 등록 이후에는 공지 행위에 대한 주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해외 특허를 진행할 때도 미리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공지예외적용 주장제도는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제도이다. 특허 신청 전 공지 행위에 대해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더라도, 특허를 신청하기 전 공지해서는 안 되는 더 많은 이유와 복잡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예외’로 인정된 제도를 ‘원칙’으로 생각하면 안 되며, 특허를 신청하기 전에 발명을 공지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노키아의 몰락과 특허의 소유 노키아(Nokia)는 2007년까지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1위 기업이었고, 핀란드의 수출과 세수를 책임지고…
아마존(Amazon)이라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다국적 기업이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인터넷의 폭넓은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