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스마트 홈과 관련된 특허를 등록받았다. 이 특허번호는 ‘US 8,577,392’이다. 이 미국 특허는 사용자의 위치를 중심으로 아이폰(iPhone)을 이용하여 사물들 간에 통신한다는 내용이다. 애플 아이홈 특허가 세상에 공개되자 경쟁 회사의 움직임은 바빠졌고, 각종 언론에서 많은 분석들이 쏟아졌다. 요즘은 주요 기업의 연구 개발 내용이 특허 또는 디자인 문서에 의해서 파악되고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특허의 내용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발명에 대한 권리를 소유하고 싶은 욕심을 갖는다. “아무도 모르게 특허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처음에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특허는 무엇일까? 특허라고 하면 ‘독점권’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발명에 대해 독점권을 갖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세상은 누군가 한 사람이 모든 걸 독차지하는 것을 싫어한다. 오히려 어떤 기술을 함께 공 유하며 발전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특허 신청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사익과 공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발명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 주면서도 모두가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에, 특허 신청한 발명을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이 만들어졌다. 즉, 특허 신청한 발명을 공개하는 대가로 특허라는 권리를 부여한다. 이것을 ‘출원공개’ 제도라고 부른다.
다른 면에서 보면, ’출원공개’ 제도는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필요한 낭비 요소라 할 수 있는 중복된 연구 개발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는다. 특허 신청으로 공개된 기술 내용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함으로써, 그 발명과 동일한 연구 개발을 피하고 오히려 보다 발전된 내용을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경쟁하도록 만들어 준다. 보통 연구 개발자는 특허를 검토하면서 많은 지식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특허가 공개되기 전에 같은 회사 내에서 동료들과 공유하는 것이 좋다. 회사 내에서 아이디어가 전파되면서 진일보한 발명들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원공개’는 특허를 신청할 때 작성된 특허 명세서의 ‘전문’을 공개하는 방식을 취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특허를 신청한 날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면 특허청에 의하여 특허가 공개된다. 일반적으로 특허가 신청되고 그 내용이 공개된 후 심사를 통하여 특허가 등록된다. 다만 특허 신청 후 심사가 바로 이루어지는 경우, 특허 등록이 출원공개 시점보다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출원공개’는 생략되고, 특허 등록의 공고로 특허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애플의 아이홈 특허 ‘US 8,577,392’는 2012년 6월에 특허가 신청되고 2013년 11월에 등록되어, ‘출원공개’가 생략된 채 특허 등록이 공고되었다.
특허가 ‘출원공개’가 되면 경쟁 회사 입장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애플의 아이홈 특허가 ‘출원공개’ 되었다고 가정해 보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경쟁 회사는 아직 등록도 되지 않은, 즉 권리 범위가 확정되지 않은 특허를 놓고 회의실에서 더 애매하고 복잡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특허가 등록되지 않았지만 향후 어떤 권리를 애플이 취득할지 검토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출원공개’ 된 특허 청구 범위는 상당히 넓게 설정되어 있다. 특허를 신청할 때 미리 권리 범위 를 좁혀서 심사를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허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특허 등록을 받기 위해 특허 청구 범위는 좁아지게 된다. 특허가 등록될 수 있을지 따지기 위해 애플의 아이홈 특허와 선행 기술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등록되지도 않은 특허를 분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작업 과정이다.
선행 기술을 검토한 후 경쟁 회사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 바로 정보제공 제도이다. 즉, 경쟁 회사는 심사관이 특허를 심사할 때 참고하도록 선행 기술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데, 심사관은 제출된 선행 기술을 심사에 활용한다. 하지만 경쟁 회사는 정보 제공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허 신청인은 경쟁 회사가 제출한 선행 기술 자료에 근거한 심사 결과를 검토한 후 선행 기술과 자신의 발명을 확실히 구별되도록 보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보정은 더욱 견고한 특허를 만들어 내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경쟁 회사의 정보 제공이 특허를 무력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특허 전문가에게 강한 특허를 만들 기회를 제공한다. 즉, 특허 신청인이 처음 제출한 독립항은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여 재탄생될 수 있고, 종속항도 제품 개발에서 알아낸 내용으로 더욱 구체화될 수 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심사관에 의해 바로 등록 결정된 것보다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특허가 등록된 후에도 무효 심판 청구는 신중해야 한다. 특허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특허의 무효를 시도한다면 특허권자는 자신의 특허에 더욱 확신을 가질지 모른다.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이 특허의 가치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특허권자는 이제 해당 특허를 특별히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길 것이며, 수많은 연구 개발 중에서 이 특허와 관련된 연구 내용을 특허로 신청하여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경쟁 회사는 유력한 선행 기술이 있다면 협상이나 소송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자료를 축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특허가 등록된다고 모두 제품에 사용되거나 특허권이 행사되지 않는다. 무작정 상대방의 특허를 자극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되도록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해 보아야 한다.
이제 특허를 신청하면 모든 내용이 공개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특허 신청인은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는 내용을 특허 명세서에 기재하거나, 공개하고 싶지 않은 자료까지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 ‘출원공개’ 제도를 염두에 두고 어떤 부분까지 기재해서 특허를 신청할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실패한 실험 예 또는 시제품 사진을 특허 명세서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 이러한 내용은 경쟁 회사에게 기술 추격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특허 명세서는 개념적인 기재가 가능하므로 개념화된 도면과 용어를 사용하면 된다. 세상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파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공개할 발명과 비밀을 유지할 영업비밀은 구별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나 경쟁 회사는 공개된 기술을 보고 ‘아! 그렇구나’라고 뭔가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좀 더 발전된 제품을 고민할 것이 뻔하다. 아니면 공개된 기술이 다른 제품에 응용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 신청을 할 때, 최대한 좀 더 발전되거나 변형될 수 있는 형태를 조금이라도 더 포괄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다른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용어의 선택이나 다양한 예를 특허 명세서에 기재하는 것이 좋다. 즉,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넓은 권리 범위를 가지는 특허를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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