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과 특허의 선택

영업 비밀의 대명사, 코카콜라

가장 대표적인 영업 비밀은 누구나 알고 있는 코카콜라를 꼽을 수 있다. 코카콜라의 맛의 비밀은 ‘Merchandise 7X’라는 성분으로 130여 년 동안 비밀로 유지되고 있다. 코카콜라의 제조법은 특허가 아닌 영업 비밀로 보호받으며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 매김했다. KFC 역시 마찬가지다. KFC에 따르면 1939년 커넬 샌 더스가 켄터키주의 코빈에서 11가지 비밀 양념을 완성하여 1952년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이래, 이 11가지 비밀 양념 덕분에 전 세계 110여 개국에서 17,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업 비밀이란 무엇일까

이렇게 오랫동안 보호받을 수 있는 영업 비밀이란 무엇일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영업 비밀을 정의하고 있다. 영업 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은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우리가 영업 비밀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 일반 공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어야 하고(비밀성),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독립된 경제성), 상당한 노력으 로 관리해야 한다(비밀 관리성). 영업 비밀의 ‘비밀성’은 일정 범위의 사람들만 알고 있으면서 비밀로 관리되고 유지된다면 영업 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KFC 비밀 양념에 대해 회사 간부 몇 명만 알고 있고, 이를 비밀로 유지하면 충분하다.

비밀유지 계약서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 비밀유지 계약서나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기술을 공동 으로 개발하거나 협력 기업에 기술 정보를 제공할 때 작성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비밀유지계약서의 작성을 당연한 절차로 받아들이고 영업 비밀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영업비밀 원본증명서

영업 비밀은 ‘비밀’이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면 특정하는 것도 어렵고, 침해 입증도 쉽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개선하고자 지식재산처는 ‘영업비밀 원본증명서비스’를 도입하였다. 이 서비스는 영업 비밀의 보유 사실을 쉽게 증명하는 데 사용된다.

영업비밀 원본증명서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 납품이나 기술 제휴를 위하여 사전 협상을 할 때, 기술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 영업비밀 원본증명서를 제시함으로써 기술 탈취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사내에서 임직원에게 영업 비밀임을 인식시켜 유출을 억제하는 현실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영업비밀 원본증명서는 공공기관에서 발급하는 증명서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특허권이라는 지식재산과 더불어, 영업비밀 원본증명서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영업비밀 관리의 노력의 정도

영업 비밀은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관리되어야 한다. 비밀 문서라면 비밀이라고 표시하고 고지해야 한다. 또한 기술상 정보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거나 접근 방법에 대한 제한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애매한 부분이 있다. 바로 ‘상당한 노력이 어느 정도 필요한가’이다. 이는 기업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노력할 수 있는 역량이나 자원이 부족하고 영업 비밀의 가치가 낮을 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동일한 정도의 노력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영업 비밀과 특허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일단 기술적인 아이디어가 완성되면 그 보호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아이디어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보호된다. 영업 비밀과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는데, 특허는 공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영업 비밀과 정반대되는 보호 방법이다. 특허는 기술 내용을 모두 공개하여 기업 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제도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술보호-특허-영업비밀-선택

특허만 고집하면 과도한 기술 공개로 기술 추격을 허용하게 되어 특허를 신청한 기업에게 불이익이 따른다. 반면, 영업 비밀만 선택하면 경쟁사의 독자적인 기술 개발이나 기술 분석을 통한 모방으로 기술 경쟁력의 우위를 상실할 수 있다. 따라서 특허와 영업 비밀이 상호 보완되도록 지식재산 프로세스를 전략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어떤 기업이든 특허 또는 영업 비밀의 선택이 지식재산 프로세스의 첫 번째 단계이다.

영업비밀과 특허의 선택 기준

아이디어가 완성되면 먼저 영업 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만일 누군가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상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면 영업 비밀로 보호할 수 없다. 쉬운 예를 생각해 보자. 의자에 바퀴를 결합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했을 때, 이 의자에 바퀴를 결합했다는 사실은 영업 비밀로 보호할 수 없다.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분석 수단을 통하여 더 어렵게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더라도 마찬가지다.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완성된 제품의 구조를 분리하여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내는 방법)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면 영업 비밀로 보호할 수 없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가능한 기술인지 여부에 따라 영업 비밀로 보호할 것인지, 특허로 보호할 것인지 결정된다.

영업 비밀로 보호받을 수 없는 기술이라면 특허로 보호받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요리 방법이나 제품의 제조 방법 등은 영업 비밀로 보호하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요리 방법이 특허로 신청되고 등록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콩나물국밥의 요리 방법을 특허로 신청한다면, 요리 비결이나 노하우가 공개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며느리에게도 알려 주지 않은 방법이 온 세상에 공개된다는 의미다. 영업 비밀에 대한 특허 신청이나 등록이 사업 홍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기술을 보호하는 적절한 방법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영업비밀과 직무발명 보상

어떤 회사가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 특허뿐만 아니라 영업 비밀로 결정된 기술도 보상해 주는 것이 좋다. 특허를 신청하기로 결정하였다면, 특허신청 보상 또는 특허등록 보상으로 발명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면 된다. 반면 특허를 신청하지 않고 영업 비밀로 보호하기로 결정했는데, 발명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발명자는 불공평하다고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특허를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더라도 특허 신청을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발명자에게 보상해 주는 제도가 있다. 발명진흥법에서 규정하는 ‘특허신청 유보보상’이라는 제도가 그것이다.

기업 환경에 따른 영업비밀과 특허의 선택

단순하게 생각하면 영업 비밀과 특허의 구별은 쉬워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치 않다. 제품의 제조 노하우를 영업 비밀로 보호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회사의 직원 또는 협력 업체의 직원에게 제조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하며, 그들과 비밀유지계약서도 작성해야 한다. 이 경우 영업 비밀이 회사의 존망을 가를 정도라면 안심할 수 있을까? 회사의 직원이 경쟁 기업으로 이직할 가능성은 없는지, 협력업체 직원이 경쟁 회사의 업무를 도울 가능성이 없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비밀 장소에 영업 비밀을 감출 수 있는 경우라면 상관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알 수 있는 환경이라면 과연 비밀이 유지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결국 영업 비밀과 특허의 구별 기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영업 비밀과 특허는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거나 경계를 지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경영 전략과 기업 환경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요즘 평생직장의 개념이 약해진 상황에서, 이직은 곧 영업 비밀의 유출로 이어진다. 특히 핵심 인재는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주역이다. 핵심 인재가 이직을 하면 그 기업의 아이디어가 경쟁 회사로 이동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 핵심 인재를 붙들어 두는 것이 영업 비밀을 보호하는 방법인 동시에 회사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또한 협력 업체와 함께 제품을 생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업 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 어떤 측면 에서는 협력 업체와의 업무를 최소화하는 것도 영업 비밀을 보호하는 방편이 된다. 영업 비밀의 관리는 인사 관리와 경영 전략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영업비밀과 특허의 선택에 따른 실익

영업 비밀과 특허는 구별하기 어렵지만, 어느 하나를 선택한 후에는 그 실익이 분명히 드러난다. 영업 비밀은 비밀이 유지되는 한 계속 보호받을 수 있다. 코카콜라의 제조법이 130여 년 동안 계속 보호받는 것처럼 말이다. 특허는 신청일 후 20년이라는 존속기간 동안만 권리가 유지된다. 특허와 다르게 기술과 관련이 없거나 진보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기술도 영업 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다. 한편 특허는 신청하고 등록받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특허 절차의 진행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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