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가 신청된 후 다른 사람이 기술을 모방하면 특허권을 행사하여 저지할 수 있다. 또한 특허가 신청된 후 모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아이디어를 창작한 사람도 특허를 받지 못하며 사업을 진행 할 수도 없다. 바로 특허 제도가 말하는 차단효는 특허 등록일이 아닌, 특허 신청일이 기준이다. 무엇보다 ‘특허 신청일’을 선점해야 한다.
제품을 시연하거나 판매하기 전에 특허를 신청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공지 행위 전에 특허를 신청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상관이 없다. 특허를 온전히 준비하여 신청하면 된다. 하 지만 특허 신청을 준비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허 명세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발명자와 전문가가 상담하고 작성하는 데 최소한 몇 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특허의 권리 범위를 정해 주는 청구항 작성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제품 시연이나 판매 또는 논문 발표 전에 특허 명세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안이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시연하기 전에 할 수 있었던 방법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먼저, 미국 특허청에 시연할 내용을 있는 그대로 임시적으로 특허를 출원(provisional application) 할 수 있다. 임시 특허 신청은 말 그대로 임시로 신청일을 만들기 위한 방식일 뿐이다. 임시 특허 신청에는 특별히 정해진 양식이나 언어가 없으므로, 발명 내용을 가공 없이 특허청에 제출해 놓기만 하면 충분하다. 그리고 임시 특허 신청이 완료되면 필요한 공지 행위를 한 후에 정식으로 특허 명세서를 작성해야 한다. 임시적으로 특허를 신청하여 우선권을 선점하고, 그다음에 정규 특허 신청을 1년 내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발명이 새로운지는 특허 신청일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임시 특허 신청으로 미리 신청일을 확보했기 때문에 제품 시연으로 발명의 새로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임시 특허 신청에 대한 우선권을 주장하면, 정규 특허 신청에 대한 신규성 등의 특허성을 판단할 때 미국의 임시 특허 신청일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어떤 공지 행위보다 임시 신청일이 앞서기 때문에 자신의 공지 행위로 특허가 거절되지는 않는다.
다른 나라에 특허를 신청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임시적인 특허를 신청하고 1년 내에 정규 특허를 신청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우선권을 주장하여 특허를 신청하면 된다. 임시 특허 신청에는 발명 A가 기재되고 정규 특허 신청에는 발명 A, B 가 기재되어 있으면, 해외 특허를 신청할 때 임시 특허 신청과 정규 특허 신청에 대한 복합적인 우선권을 주장해야 한다. 우선권 주장으로 발명 A에 대한 특허성 판단 기준일은 임시 특허 신청일이고, 발명 B에 대한 특허성 판단 기준일은 정규 특허 신청일이다. 다른 나라에서 신규성을 판단할 때 임시 특허 신청일이 기준이므로 공지예외적용 주장제도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방법에 따라 애플이 바운스 백 특허를 독일에 특허를 신청하였다면 독일에서 거절되거나 무효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임시 특허 신청을 기초로 국제특허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국제특허 신청도 해외 특허를 진행하는 한 방식이다. 애플의 유럽 특허 EP 2059868도 국제특허를 신청한 후 독일에 등록된 경우다. 이러한 절차를 따랐다면 애플의 제품 시연이 독일 특허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특허 제도는 미국의 임시 특허 신청과 유사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유사한 제도는 ‘특허청구범위 제출유예 제도’이다. 특허청구범위 제출유예 제도는 말 그대로 특허 청구 범위에 대해서만 제출을 생략한 채 유예해 둔다. 특허 청구 범위(청구항) 작성은 특허를 신청한 후에 천천히 고민하고, 공지할 발명 내용을 특허 명세서에 담아 임시로 특허를 신청하면 된다. 미국의 임시 특허 신청과 다르게, 특허청구범위 제출유예 제도는 정해진 명세서 양식에 맞게 작성하기 때문에 좀 더 번거롭지만 몇 시간 정도면 가능하다. 임시로 특허 신청이 완료되고 공지 행위를 한 후에, 특허 신청인은 필요에 따라 특허 청구 범위를 작성하여 제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발명의 내용을 특허명세서의 양식에 적당히 맞추어 특허를 신청한 후에, 임시적인 특허 신청에 대한 국내우선권을 주장하여 제대로 된 특허명세서를 작성하고 특허를 다시 신청하면 된다. 이러한 이용 방식으로 볼 때, 특허청구범위 제출 유예 제도는 미국의 임시 특허 신청과 유사하다.
한국에서 특허청구범위 제출유예 제도를 이용하여 특허를 신청하는 것도 다소 번거로울 수 있다. 특허 명세서 형식에 맞추어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한국의 특허 제도에 미국의 임시 특허 신청(임시 명세서) 제도가 도입되었다. 한국어 또는 영어로 된 문서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특허청에 제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예를 들어, 영어 논문을 발표하기 전에 논문 그대로 특허청에 제출하면 특허 신청일을 인정해 준다. 이렇게 특허 신청일을 미리 확보해 두어야 불필요한 논란을 없앨 수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특허 신청일의 확보가 최선책이고, 공지예외주장은 차선책일 뿐이다. 발명을 공지하기 전에 특허를 급하게 진행해야 한다면 한국에서 임시적인 특허라도 신청해야 한다.
임시 특허 신청(임시 명세서)의 도입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아이디어가 창출되면 곧바로 한국에서 임시 특허 신청을 진행하여 특허 신청일을 선점할 수 있다. 임시 특허 신청을 완료한 후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나 제품을 완성하고, 1년 이내에 국내우선권을 주장하면서 기술 내용을 추가하여 특허 신청을 완성할 수 있다. 임시적인 특허 신청은 연구 개발 단계에 맞추어 여러 번 진행할 수 있다. 초기 아이디어부터 임시 특허 신청으로 보호되고 제품 개발이 완료되면 최종적으로 완성된 특허로 보호되는 셈이다. 특허 신청일 확보의 경쟁은 결국 국제적인 경쟁의 시발점이다. 한국에서 특허 신청일을 확보하면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으므로, 해외 특허를 확보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발명하였지만 특허 신청일이 다른 사람보다 늦었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먼저 발명한 사람을 보호(선발명주의)할 것인지 아니면, 먼저 특허를 신청 한 사람을 보호(선출원주의)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정당성을 따지자면 먼저 발명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먼저 발명한 사람을 보호하게 되면, 누가 먼저 발명했는지 따져야 한다. 이 것은 보통 복잡한 문제가 아니며, 이와 관련된 소송이나 분쟁이 난무하게 된다. 특허를 심사하는 과정에서도 발명일의 선후를 따져야 할 뿐만 아니라, 특허가 등록되어도 늦게 발명했다는 이유로 특허가 무효로 되어 권리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좀 더 고민해 보자. 먼저 발명한 것만으로 세상에 충분히 기여했다고 볼 수 있을까? 발명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방치되는 상태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발명이 알려지도록 유도한다면 더 세상에 유익해지지 않을까? 먼저 발명한 자를 보호하는 것이 정당하더라도, 절차의 복잡성과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먼저 특허를 신청하는 자를 보호하고 있다. 즉, ‘선발명주의’가 아닌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특허 신청은 기술 공개를 의미하므로 빠른 특허 신청이 세상의 발전을 가속화한다. 선발명주의를 채택하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음으로써 중복적인 기술 개발이 진행될 여지가 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기술 발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세상에 기여하는 자를 세상이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특허 제도는 특허권을 유인책으로 사용하여 특허가 신속하게 신청되도록 유도한다. 즉, 특허 제도는 발명자가 발명을 언제 했는지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서둘러 특허 신청이 완료되기를 권장한다.
과거에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었다. 미국은 2013년 발효된 개정법에서 200년 이상 고수해 온 선발명주의를 포기하고 선출원주의를 채택하는 통이 큰 선택을 했다. 이로써 모든 주요 국가가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결론은 먼저 발명했더라도 다른 사람이 먼저 특허를 신청했다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먼저 발명했다고 안심하지 말고, 먼저 특허 신청일을 선점하기 위한 ‘성급함’을 가져야 한다.
노키아의 몰락과 특허의 소유 노키아(Nokia)는 2007년까지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1위 기업이었고, 핀란드의 수출과 세수를 책임지고…
아마존(Amazon)이라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다국적 기업이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인터넷의 폭넓은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