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창작한 일부분을 특정해서 디자인특허를 확보할 수 있을까?

크록스 신발의 중요 창작 부분에 대한 특정

크록스(Crocs) 신발은 전 세계에서 1억 켤레 이상이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그 비결은 아마도 발의 편안함에 있지 않을까요. 발을 편안하게 하기 위하여 투박하고 못생겨 보이게 만든 ‘넓고 둥근 앞부분(갑피, upper)’이 디자인의 핵심 부분인 듯합니다. 2009년 미국 소송에서, 등록 디자인과 크록스의 디자인이 비교된 적이 있습니다. 이 소송에서 신발의 갑피(upper)뿐만 아니라 발바닥이 닿는 안창(insole)도 디자인의 구성 요소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크록스 신발과 유사한 신발에서 안창 모양은 변형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두 디자인은 비슷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분석적 입장에서 디자인이 비슷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크록스의 디자이너는 안창의 모양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그에 대한 디자인 권리를 주장하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크록스 신발의 디자이너는 넓고 둥근 앞부분이 중요한 특징이고 발 마사지 효과 또는 발바닥 미끄럼 방지 효과가 있는 안창의 모양은 디자인적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두 개의 신발 디자인이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디자이너 입장에서 창작한 부분은 여러 개일 수 있고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과 부수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제품의 디자인 중 창작하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항상 제품 디자인 전체를 디자인권으로 주장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주관적인 생각대로 창작한 제품의 일부분을 특정하여 디자인권을 확보할 수는 없을까요? 이런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가 ‘부분 디자인’이라는 개념입니다.

부분 디자인 제도를 이용하면, 제품 전체가 아닌 제품의 일부분에 대한 디자인을 특정하여 디자인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부분 디자인 제도의 활용

창작한 부분을 부분 디자인으로 특정하는 방법

라비또의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머그컵을 곽미나 대표가 디자인했습니다. 머그컵은 크게 컵의 본체, 손잡이, 토끼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컵의 본체와 손잡이는 일반적인 형태이고, 토끼 모양만 창작된 디자인입니다. 이런 경우 에 다음과 같이 창작한 부분(토끼 모양)만을 실선으로 특정하고 나머지 부분은 점선으로 표현합니다. 또는 디자인권을 주장하지 않는 부분은 하나의 컬러로 특정할 수 있습니다.

라비또-머그컵-부분디자인

부분 디자인의 물품의 명칭

컵의 본체와 손잡이에 토끼 모양이 붙어 있어서 물리적으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때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물품은 컵의 토끼 모양이 아니라 ‘컵’으로 해야 합니다. 디자인권 에서 물품이란 독립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품과 관련하여 약간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두의 뒷굽은 물품으로 지정할 수 있을까요? 구두의 수선을 위하여 구두의 뒷굽도 독립적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구두 전체가 아닌 구두의 뒷굽을 물품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부분 디자인의 효과

부분 디자인 제도가 없다면, 컵 전체 형태를 디자인으로 등록해야 합니다. 이 경우, 컵 본체와 손잡이 형태가 다르고, 토끼 모양이 비슷한 경우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곽미나 대표는 토끼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디자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할 것이고, 상대방은 컵의 전체적인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디자인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법원에서 판단하게 된다면, 객관적 자료들에 의하여 디자인의 구성 요소들을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정하게 되고, 그 결과 디자이너의 생각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부분 디자인 제도를 이용하여, 컵의 본체와 손잡이 형태를 제외하고 토끼 모양과 위치만 특정하여 권리화하면, 상대방이 토끼 모양을 모방하고 컵의 본체와 손잡이 형태를 변형하더라도 디자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봅니다. 부분 디자인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디자이너의 주관적 의사를 관철시키고, 디자인의 주요 부분을 모방하면서 약간의 변형을 통해 디자인권을 피해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결국 부분 디자인 제도를 이용하면, 넓은 권리 범위의 디자인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디자인의 구성 요소를 최소화하여 권리로서 특정함에 따른 효과입니다. 디자인의 구성 요소를 적게 할수록 디자인권의 권리 범위는 넓어집니다.

디자인 등록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부분 디자인 제도를 이용하여 디자인 구성 요소를 적게 할수록 디자인권은 강력해집니다.

부분 디자인을 활용하여 넓은 권리범위를 확보한 크록스

다시 크록스의 디자인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크록스는 부분 디자인 제도를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잘 보이지도 않고 중요하지 않은 안창과 밑창은 디자인권에서 제외시켜고 있습니다. 현재 크록스는 부분 디자인 제도를 이용하여 수십 개의 디자인권을 한국에 확보해두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등록 디자인을 예시로 들면,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물품은 ‘신발’로 지정하면서,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디자인 등록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기재하고 있습니다. 즉, 안창과 밑창의 형태는 디자인 요소에서 제외하고 디자인권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크록스가 이렇게 디자인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다른 회사에서 넓고 둥근 앞부분을 모방하면서 안창 또는 밑창의 모양을 변형하여 제조 또는 판매하더라도 크록스의 디자인권을 침해하게 됩니다.

크록스-부분디자인

화면 디자인 제도의 활용

화면 디자인도 디자인특허의 보호 대상

애플은 삼성과의 소송에서 첨단 기술과 관련된 기술이 아닌 디자인권을 내세웠습니다. 우리에게는 참으로 깜짝 놀랄 일이었는데요. 디자인권이 이렇게 강력하다는 것을 우리는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 기술의 상향평준화가 심해질수록 디자인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애플이 소송에서 주장한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처럼, 디자인은 보통 물품 그 자체의 형태로 고정되어 구현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을 바꾸면서 색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화면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디자인도 보호해야 할까요? 화면에 나타나는 아이콘이나 유저 인터페이스는 물품에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보호하던 디자인과 다릅니다. 잠시 논란이 있었으나, 화면에 나타나는 디자인이 상업적으로 중요해지면서 디자인으로 보호하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소위 ‘화면 디자인’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화면 디자인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컴퓨터, 텔레비전을 넘어 냉장고, 세탁기 등 모든 전자 제품과 관련되고 있습니다.

애플워치의 등록 디자인

애플 이야기가 나왔으니, 애플워치를 예시로 ‘화면 디자인’을 알아보겠습니다. 애플워치 제품의 화면에 나타나는 디자인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화면상의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입니다. 애플의 등록 디자인을 살펴보면,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표시된 디스플레이 패널’이 물품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화면 디자인이 스마트워치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물품을 스마트워치가 아닌 ‘디스플레이 패널’로 지정하였습니다. 미래에 새로운 전자기기가 나오더라도 ‘디스플레이 패널’이 사용될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상당히 넓은 범위의 물품을 포섭할 수 있습니다. 화면 디자인에서 ‘디스플레이 패널’ 이라는 물품이 흔히 이용되는 이유입니다.

애플-워치-화면디자인

네이버의 아이콘 또는 캐릭터에 대한 화면 디자인

애플의 등록 디자인처럼, 항상 전체 화면을 디자인으로 등록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 등의 화면 ‘일부’에 표시되는 아이콘(icon), 이모티콘 또는 캐릭터도 디자인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네이버의 등록 디자인은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기 위한 아이콘입니다. 아이콘은 화면에서 나타나는 위치 또는 크기가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화면의 가운데 부분에 디자인을 표현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라인 프렌즈의 캐릭터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디자인 등록이 가능합니다.

네이버-아이콘-캐틱터-화면디자인

네이버의 등록 디자인에서 아이콘을 제외하고 물품의 형태가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점선은 부분 디자인을 의미합니다. 앞에서 보여준 애플워치에 대한 등록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콘을 제외하고 물품의 형태가 변형될 수 있기 때문에 부분 디자인 제도가 활용됩니다. 즉, 아이콘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태블릿, 컴퓨터에서 사용될 수 있고 스마트폰에 한정하더라도 그 형태가 다양하고 앞으로 계속 변할 것이므로, 물품의 전체 형태를 특정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화면 디자인’은 대부분 부분 디자인 제도를 이용하게 됩니다.

동적인 화면을 보호하는 디자인특허

또한 화면에서 나타나는 동적인 변화를 하나의 디자인으로 등록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동적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동적 디자인은 도면에 변화 전후의 연속 동작을 표현해야 합니다. 화면상에서 나타나는 동적 디자인은 화면디자인의 일종이므로 대부분의 경우 부분 디자인 제도를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다음과 같은 GUI 디자인을 등록받았습니다.

애플워치-동적디자인

이는 애플워치의 화면에 나타나는 디자인의 일부입니다. 다만, 동적 디자인은 디자인의 구성 요소가 각각의 연속 동작만큼 많아지므로, 연속 동 작을 모두 모방해야만 디자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봅니다. 그만큼 권리 범위가 좁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지’ 상태의 디자인이 충분히 창작성이 있다면, ‘동적’ 디자인의 등록은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는 전제에서 디자인권의 확보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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