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케이크의 포장 케이스 디자인
파리바게뜨는 다음과 같은 치즈 케이크를 출시합니다. 경쟁 관계인 뚜레쥬르도 치즈 케이크를 판매하면서, 치즈 케이크를 둘러싼 디자인 분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디자인 분쟁에 숨어 있는 디자인 제도의 원리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파리바게뜨는 다음과 같은 ‘케이크용 포장 케이스’ 디자인을 2009년 7월 9일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여 파리크라상의 명의로 등록(제30-0538358 호)하였습니다.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의 등록 디자인과 비슷해 보이는 케이크용 포장 케이스를 사용하였습니다.

여러분, 두 디자인이 비슷해 보이시나요? 어쩌면 두 회사 입장에서 비슷한지는 중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두 회사는 디자인권을 놓고 다툴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디자인이 등록되어 디자인권 분쟁이 발생하면 보통 쌍방은 이렇게 말합니다.
디자인 분쟁의 전개 방향
디자인권자는 ‘당신이 사용하는 디자인은 내 디자인과 비슷하니까 나의 디자인 권리범위 안에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어려운 말로 ‘디자인 권리범위 확인심판’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은 “당신의 디자인권은 등록된 것 자체가 잘못되었으니 디자인권은 무효다’라고 반격합니다. 이를 ‘디자인 등록 무효심판’이라고 하지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도 마찬가지 상황에 부닥칩니다. 파리바게뜨는 디자인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청구하였고, 뚜레쥬르는 디자인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디자인 특허에 대한 포트폴리오
파리바게뜨는 앞에서 보여준 등록 디자인과 비슷한 디자인을 추가로 등록시켰습니다. 그것도 4개를 말이죠. 이렇게 기본적인 디자인과 비슷한 여러 개의 디자인을 등록해두면, 기본적인 디자인을 변형하여 모방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를 ‘관련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물론 4개의 디자인을 추가로 등록하였으니, 그만큼 비용도 많이 투자하였습니다. 파리바게뜨는 5개의 디자인권으로 뚜레쥬르를 공격한 셈입니다. 뚜레쥬르는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디자인의 신규성 상실에 대한 증거
뚜레쥬르는 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등록 디자인을 없애야 합니다.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전에 이미 포장 케이스가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파리바게뜨의 디자인 등록 신청일은 2009년 7월 9일인데, 네이버 블로그에 다음 사진이 올라온 날은 2009년 7월 4일과 2009년 7월 6일이었습니다. 디자인 등록을 위한 신청일보다 먼저 네이버 블로그에 사진이 올라와 있었던 것이죠.

등록의 최소 요건인 ‘새로운 디자인’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새롭지 않은 디자인은 권리로 등록받을 수 없습니다. 더 쉽게 말하면, 이미 세상에 알려져 새롭지 않은 디자인에 대하여, 다른 사람이 만들거나 팔지 못하도록 나에게 권리를 달라고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은 권리로 등록될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신규성’이라고 부릅니다.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날을 기준으로 그 전에 세상에 알려졌는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디자인 등록 신청 전 디자인의 공지 행위에 의한 등록 무효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의 등록 디자인이 새롭지 않은 디자인이므로 잘못 등록된 것으로 무효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파리바게뜨는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파리바게뜨의 등록 디자인은 무효로 확정되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종합해보면, 파리바게뜨는 디자인권을 신청하기 전에 치즈 케이크 제품을 판매하였기 때문에 디자인권이 무효로 되었던 것입니다.
공지된 디자인에 대한 디자인 보호법의 태도
공지된 디자인에 대한 입장 차이
자신이 창작한 디자인을 적용하여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등록된 디자인이 무효로 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인 특허권이 무효가 되면 자살골이나 마찬 가지입니다. 디자인 특허권자에게는 가혹한 일입니다. 오히려 디자인을 창작해서 이를 세상에 알렸으니 어떤 권리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세상에 알려진 더 이상 새롭지 않은 디자인이고 이 디자인이 권리로 등록되어 있지 않으므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요? 디자인을 창작한 사람을 보호하면서, 다른 사람이 예측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타협점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전에 이를 세상에 알렸다면, 디자인이 새롭지는 않지만 만일 일정 기간 내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다면 문제 삼지 말고 디자인 특허권을 부여 해주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디자인을 창작한 사람을 보호할 수도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공지된 디자인에 대한 디자인 신청 유예기간
이 일정한 유예기간, 즉 디자인을 세상에 알리고 디자인 등록을 신청해야 하는 기간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보통 6개월 또는 1년입니다. 한국, 일본, 미국은 1년이며, 중국은 6개월입니다. 이러한 유예기간을 두는 것 자체가 디자인을 창작한 사람을 보호하는 입장에 좀 더 치우쳐 있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일정 기간이 길어질수록 디자인을 창작한 사람이 유리해집니다. 다음의 그림에서 ‘공지’는 세상에 디자인을 알리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디자인이 공지되면 새로움, 즉 ‘신규성’이 상실된다고 법에서는 표현합니다. 이렇게 유예기간 내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면, 디자인을 심사할 때 디자인이 공지된 사실을 무시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예외적으로 신규성이 상실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를 ‘신규성 상실의 예외’라고 부릅니다.

신규성 상실의 예외에 대한 법적 절차
파리바게뜨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2009년 당시에는 디자인을 세상에 알렸다는 사실을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때’ 반드시 특허청에 제출했어야 했습니다. 좀 엄격한 절차였지요. 보통 이러한 법적 절차를 모르기 때문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때 특허 청에 사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파리바게뜨도 동일한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실수로 디자인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지금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때’에 반드시 디자인을 세상에 알렸다는 사실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나중에 분쟁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제출해도 됩니다.
다만 해외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해야 한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직도 디자인을 세상에 알렸다는 사실을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때’ 반드시 특허청에 제출해야 하는 나라는 많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과 일본이 그렇습니다.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한국에서는 디자인 등록을 받았을 수 있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 디자인 등록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뜻입니다.
신규성 상실의 예외를 적용받기 위한 사유
한국,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알렸는지 따지지 않고, 1년 내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면 보호해줍니다. 하지만 중국은 엑스포(EXPO)와 같은 국제적인 박람회에 출품한 형태로 디자인을 세상에 알린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디자인 등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전에 인터넷에 올리거나 제품을 판매하면 중국에서는 디자인 등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세상에 알리는 순간 중국 디자인 특허권은 포기한 것이지요. 요즘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디자인을 등록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디자인을 신청하기 전에 디자인을 공지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국제적인 박람회에 출품하였더라도 한국과 중국에 디자인을 등록해야 한다면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디자인이 공지되면 한국의 디자인 신청 유예기간은 1년이지만, 중국의 디자인 신청 유예기간이 6개월입니다. 한국 디자인 신청 유예기간이 1년이므로 여유롭게 신청 절차를 진행하다가 중국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기회조차 상실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디자인 신규성 상실의 예외는 국가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음 표에서 주요국에 대한 신규성 상실의 예외 제도에 대한 차이점을 비교합니다.

위 표에서 ‘유예기간 기산일’은 어떤 날짜를 기준으로 공지일까지 유예기간을 계산해야 하는지를 의미합니다. 즉 신규성 상실의 예외를 주장하여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는 경우, 공지일로부터 출원일까지 기간을 계산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지일로부터 우선일까지 기간을 계산하여 유예기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후 디자인을 공지함이 원칙이다!
즉, 신규성 상실 예외의 규정은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제도일 뿐이며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전에 공지해서는 안 되는 많은 이유가 수없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예외’로 인정된 제도를 ‘원칙’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 바람직한 디자인 보호는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전에 공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므로 창작자 또는 신청인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공지 전 디자인 등록의 신청이 가능합니다.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전에 디자인을 세상에 알리면 너무 복잡한 일들이 생깁니다. 할 수만 있다면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고 디자인을 세상에 알리십시오. 가장 마음이 편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