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의 강한 특허를 회피하는 방법

특허의 회피 설계

다이슨은 유사 제품이 쏟아져 나오자, 2012년 5월, 10여 개 업체에 특허 침해와 관련하여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한편 다이슨은 특허 무효 심판에서 등록특허에 대해 특허성을 다시 한번 인정받은 상황이었다. 이제 다른 회사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를 제조 또는 판매하려면 다이슨의 특허권을 회피하는 방법밖에 없다. 날개 없는 선풍기에 대한 특허를 회피할 수 있을까?

청구항은 발명을 정의한다

‘특허 청구 범위’는 특허를 청구하는 범위를 기재하는 부분으로, 보통 여러 개의 청구항으로 구성된다. 청구항은 특허를 청구하는 부분이므로 청구항에 기재한 내용이 발명이며 곧 권리가 된다. 즉, 청구항(claim)은 발명을 정의한다.

청구항은 특허 신청인 스스로 결정하여 보호받고자 하는 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특허 신청인 본인의 책임 아래 발명을 정의하여 청구항을 결정했기 때문에 청구항에 기재한 어떤 사항이라도 실수로 일어난 일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청구항에 기재한 발명과 다른 제품이 자신의 권리에 속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특허 발명에는 A, B, C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청구항을 기재하고, A, B만으로 구성된 다른 사람의 제품이 자신의 특허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어떤 제품이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청구항에 기재된 ‘모든 사항’과 제품이 일치해야만 한다. 청구항의 수식어, 기술 용어 등 사소한 부분이라도 제품과 대응하지 않으면 특허를 침해했다고 할 수 없다. 이를 ‘구성 요소 완비의 원칙(All Elements Rule)’이라고 한다. 즉, 청구항에 기재된 각 구성 요소 또는 한정 사항이 하나씩 보호되지 않으며, 청구항에 기재된 모든 사항이 일체가 되어 권리를 구성하므로 청구항의 어떤 부분이 실수로 기재된 것이라고 특허권자가 주장해서는 안 된다.

아래 그림에서 A, B, C는 구성 요소를 의미하며, C1, C2는 구성 요소를 한정하는 사항이다. 종종 어떤 특허 청구 범위를 검토해 보면 청구항에 불필요한 사항을 너무 많이 기재하여 어떤 제품이 이 특허를 침해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작성되어 있다. 과연 이 특허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들면서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다.

구성요소-완비-원칙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에 따라, 다이슨의 특허 청구항이 날개 없는 선풍기의 제조 또는 판매 권한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즉, 특허 청구항이 기술의 사용 권한을 부여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제 다이슨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내용 증명으로 요청문(경고장)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에 따라, 우리는 먼저 특허 청구항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다이슨 등록특허의 청구항>

기류를 발생시키기 위한 무블레이드 선풍기 조립체로서,

공기 유동을 발생시키기 위한 수단을 포함하는 베이스부,

상기 공기 유동이 유입되는 내부 통로를 포함하며,

상기 베이스부상에 탑재된 노즐, 및 상기 공기 유동을 방출시키기 위한 마우스부(mouth)를 포함하고,

상기 노즐은 상기 마우스로부터 방출되는 공기 유동에 의해 상기 선풍기 조립체 외부로부터 공기가 유입되는 개구를 형성하도록 축을 중심으로 연장되며,

상기 노즐은 공기 유동을 유도할 수 있도록 상기 마우스부가 배치되는 표면을 포함하고, 상기 표면은 상기 축으로부터 테이퍼가 진 디퓨저부(diffuser portion) 및 상기 디퓨저부의 하류부에 각을 이루며 위치된 가이드부(guide portion)을 포함하는 무블레이드 선풍기 조립체.

청구항에서 정의하는 발명

청구항에 의하여 정의되는 발명은 베이스부, 마우스부, 디퓨저 부, 가이드부가 결합된 일체이다. 같은 원리로 청구항에 기재된 수식어와 한정어도 일체로 취급된다. 만일 다른 사람이 이러한 기술적 구성 중 어느 하나라도 배제하고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 든다면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특허권 침해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이슨 특허에 대한 회피 방법

이제 다이슨의 특허권을 회피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자. 다이슨은 베이스부, 마우스부, 디퓨저부, 가이드부로 날개 없는 선풍기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청구항에 기재하였다. 이 중 어느 하나 뺄 수 있을까? 아무래도 베이스부, 마우스부는 공기가 유동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디퓨저부는 마우스부에서 배출된 공기가 서서히 확장되어 와류를 방지하는 구성이므로 필요해 보인다.

일부 구성요소의 배제

그렇다면 가이드부는 어떠한가? 가이드부는 사람에게 공기의 유동을 집중시키는 부분이다. 가이드부가 없다면 공기의 유동이 넓게 퍼져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겠지만 그런대로 사용할 만하지 않을까? 오른쪽 그림과 같이 가이드부를 없애고 디퓨저부를 끝까지 연장시킨 제품은 이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다이슨-특허-회피-방법

구성요소를 추가한 개량기술

반대로 다른 기술적 구성을 추가해서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드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냉방을 위한 선풍기뿐만 아니라 난방을 위한 온풍기로 사용하기 위해 노즐에 가열부를 추가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인가? 청구항에 의 하여 정의되는 발명은 베이스부, 마우스부, 디퓨저부, 가이드부가 결합된 일체라고 했다. 온풍기로 사용하기 위해 다른 구성을 유지하면서 가열부를 추가하여 제품을 개량하더라도, 청구항에 기재된 구성 요소를 모두 포함하게 된다. 이러한 제품은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에 따라 특허권 침해에 해당된다.

하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만일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량해서 온풍기를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 아이디어를 특허로 신청하면 된다. 개량 발명이더라도 특허를 등록받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온풍기 특허권을 확보하였다면 다이슨이 온풍기를 만들 때 이 특허권을 침해하게 된다. 서로 특허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되면, 양측 모두의 필요에 의해 서로 특허 발명의 사용을 허락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될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와 개량 발명품인 온풍기를 모두 제조할 권한을 얻게 된다.

일반적으로 특허권을 회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특허권자가 많은 연구를 통하여 최적의 기술을 특허로 신청하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개량 발명을 특허로 등록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특허 실체는 문서에 존재한다

우리가 앞에서 특허권을 회피할 수 있는지 검토하면서, 가이드부에 대한 기술적 의미와 청구항이 표현하고 있는 권리 그리고 실제 제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았다. 이러한 검토 과정에서 특허의 실체는 문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 특허는 반드시 글로써 표현되어야 한다. 발명을 말이나 그림만으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허 신청은 결국 문서를 제출하는 행위이다. 이때, 특허를 정해진 양식에 따라 기재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특허 명세서’라고 부른다. 특허 명세서는 발명의 명칭, 기술 분야, 발명의 배경이 되는 기술, 발명의 내용, 특허 청구 범위, 도면으로 구성된다.

특허 청구범위와 청구항

‘특허 청구범위’는 말 그대로 특허 신청인이 특허를 청구하는 범위를 기재하는 부분이다. 특허 청구 범위는 보통 여러 개의 청구항으로 작성된다. 발명의 내용 중에서 신청인이 권리로서 보호받고자 하는 사항을 선택하여 청구항에 기재한다. 청구항은 발명을 정의하여 특허권을 발생시키는 부분이므로 신중하게 고민한 다음에 작성해야 한다. 청구항은 형식에 따라 독립항과 종속항으로 구분된다. 종속항은 다른 청구항을 한정하거나 부가하여 보다 구체화하기 위하여 기재하므로 다른 청구항을 인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청구항 1에 있어서 ~”와 같은 표현이 기재된다.

특허 명세서는 법률문서이다

특허 명세서는 발명의 기술적 내용을 기재하는 기술 문서이면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법률 문서이기도 하다. 특허 명세서를 논문과 비교해 보자. 과학 논문은 연구 개발의 결과물을 정리한 것으로서 기술 문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특허 명세서는 기술 내용을 기본으로 하지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하므로 법률 문서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특허 청구범위(청구항)는 법률 문서로서의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의자를 처 음으로 발명했다고 가정하면 논문에서는 의자의 각 구성에 대한 재질, 크기, 비교 실험 예 등 기술을 자세히 기재하겠지만, 특허는 어떻게 권리를 설정할지 고민하고 의자에서 필수적인 구성 요소만 특정하여 특허의 권리 범위를 결정하는 데 집중한다.

특허 명세서를 읽어 보면 우리에게 너무 생소하다. 그 이유는 기술 문서보다는 법률 문서의 역할이 더 강조되기 때문이다. 특허 명세서는 특허 발명이 넓게 해석될 수 있도록 작성되기 때문에 개념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된다. 단순하고 명쾌하게 기술을 설명하여 발명을 정의하면 권리 범위가 좁아지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특허 명세서는 기술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기술 문서가 되기는 어렵다.

심지어는 발명자가 자신의 발명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작성되지 않고, 자신이 알 수 없는 용어들로 작성되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다리와 밑판으로 구성된 의자를 처음으로 발명했다고 가정하자. 발명자가 금속 소재로 만들어진 다리가 4개인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더라도, 특허 전문가는 발명을 정의할 때 의자 다리가 금속 소재이고 4개인 점에 주목하지 않고 ‘다리’라는 용어 대신 밑판을 떠받치는 ‘지지대’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밑판을 떠받치는 하나 이상의 지지대’라고 기재 할 수 있다. 이렇게 발명을 정의해야만 특허 권리범위가 넓어지게 되며, 특허받은 발명은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다양한 형태의 의자를 포괄할 수 있다.

한편, 특허 신청인은 자신의 기술이 모두 공개되는 것을 꺼려 한다. 특허 제도는 권리 부여와 기술 공개의 균형을 추구하지만, 발명자나 회사는 기술 공개가 최소화되는 것을 원할 수밖에 없다. 어떤 실물이나 연구용 샘플을 그대로 도면에 삽입하기보다는 개념적으로 표현한 도면을 선호한다. 실제 사용되는 기술이나 영업 비밀이 드러나지 않게 우회적으로 기재하는 방식을 취한다. 결국 기술 문서의 기능은 희미해지고, 법률 문서의 기능이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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