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12 한국 디자인 제도

등록되지 않은 디자인도 보호받을 수 있을까?

디자인 등록 여부에 대한 선택

디자인 특허권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고 등록되어야 발생합니다. 한국은 「디자인보호법」이라는 법률에서 디자인 특허권을 규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등록되지 않은 디자인도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등록되지 않은 디자인은 「디자인보호법」을 적용할 수 없고, 다만 부정경쟁행위인지를 따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등록된 디자인은 디자인 특허권으로 보호받고, 미등록된 디자인은 다른 사람에 대하여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디자인을 완성하고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지식재산처의 부정경쟁행위 시정권고 조치에 대한 최초 사례

지식재산처가 부정경쟁행위를 판단하고 시정 권고 조치를 내린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그니스’라는 회사는 2016년 9월 식사 대체 제품(분말에 물을 섞어서 섭취하는 방식)인 ‘랩노쉬’를 출시했습니다. ‘엄마사랑’이라는 업체가 2017년 8월부터 ‘식사에 반하다’ 라는 제품을 판매하자, 이그니스와 엄마사랑 양측은 모방 여부에 대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이때 ‘랩노쉬’ 제품의 디자인은 등록 되지 않은 채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지식재산처는 ‘식사에 반하다’라는 제품이 ‘랩노쉬’의 상품 형태를 모방하였는지 조사하였습니다. 지식재산처는 양 상품이 용기 형태, 용기에 부착된 수축라벨 디자인, 분말 형태인 내용물 등의 개별 요소들뿐만 아니라 이들 요소가 결합한 전체 형태도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하고, 엄마사랑의 ‘식사에 반하다’라는 제품은 ‘랩노쉬’의 상품 형태를 모방하였다고 결론 내립니다. 2017년 12월 지식재산처는 ‘식사에 반하다’라는 제품의 생산 및 판매 중지를 포함한 시정 권고 조처를 내립니다. 이러한 지식재산처의 행정적 조치는 첫 사례에 해당합니다.

선발주자를 보호하는 디자인 특허권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어 인기를 끌면 모방 제품이 난립하게 됩니다. 선발주자는 일반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합니다. 하지만 후발주자는 선발주자의 결과물을 그대로 이용하고 소비자를 혼란에 빠트립니다. 결과적으로, 선발주자가 후발주자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지요. 이러한 상황은 선발주자를 보호할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만일 후발 주자가 선발주자보다 자금력이나 영업력이 뛰어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겠지요. 제품의 형태나 디자인은 모방이 쉬운 특징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모방 제품 또는 미투(Me-Too) 제품이 출현하는 경향은 만연해 있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 디자인 특허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랩노쉬 제품 사례처럼 디자인 특허권을 확보하지 않는 경우도 다수 발견되고 있습니다.

행위 자체를 규제하는 부정경쟁방지법

다른 사람의 상품 형태를 모방하는 행위, 즉 데드 카피(dead copy)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합니다. 이때 선발주자는 소송을 할 수 있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됩니다. 좀 더 간편한 방법은 랩노쉬 제품 사례처럼 행정기관인 지식재산처가 판단하도록 신고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분쟁 비용도 절약하면서 빠른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경쟁행위는 제한적으로 인정됩니다. 부정경쟁행위는 상품의 형태를 데드 카피한 정도로 동일한 디자인이어야 하며, 상품의 형태를 갖춘 후 3년이 지나지 않아야 인정됩니다.

사례로 보는 부정경쟁방지법의 한계

다시 ‘똥빵’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데드 카피 제품에 한정된 규제

두 디자인이 똑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똑같은지 비슷한지 다른 것인지 굉장히 애매합니다. 특허심판원에서 김○○ 씨의 오른쪽 ‘똥빵’ 디자인은 어린농부의 왼쪽 ‘똥빵’ 디자인과 비슷하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이 정도면 똑같은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요. 어찌 되었든 특허심판원의 판단처럼, 디자인이 ‘비슷’하다면 데드 카피라고 할 수 없으므로, 어린농부는 랩노쉬 제품 사례처럼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요즘은 참신한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더라도 그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변형된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을 데드 카피된 제품으로 볼 수 있을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3년이라는 한정된 보호 기간

또한 ‘똥빵’은 2008년 11월부터 인사동 거리에서 판매되기 시작 했습니다. 상품 형태를 갖춘 후 3년은 2011년 11월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 누군가 데드 카피 제품을 팔더라도 제재할 수 없습니다. 김○○ 씨의 똥 모양 빵에 대한 디자인 등록 신청일은 2009년 12월이고 디자인 등록일은 2010년 6월이며, 어린농부와 김 ○○ 씨 사이의 디자인 무효심판은 2012년 5월에 특허심판원에서 결론이 납니다. 무효심판에 대한 결론은 상품 형태를 갖춘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나온 것이지요. 이렇듯 디자인 분쟁이 있었던 사례들을 보면 3년이라는 기간이 생각보다 굉장히 짧게 느껴집니다.

디자인 특허권의 장점

유사한 디자인까지 미치는 권리범위

디자인이 등록되면 비슷한 디자인에도 디자인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 등록되려면 비슷한 기존 디자인이 없어야 한다는 것과 동일한 논리입니다. 김○○ 씨의 ‘똥빵’ 디자인이 등록되었지만, 신사동에서 비슷한 디자인인 ‘똥빵’이 판매되었다는 이유로 무효가 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어린농부가 ‘똥빵’ 디자인을 권리로 확보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특허심판원은 어린농부의 ‘똥빵’ 디자인은 빵에 관한 디자인으로서 사람이 먹는 식품에 관한 디자인이므로 그 모양을 똥 모양으로 하는 것은 특이한 경우이며 참신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유사 범위의 폭을 넓게 보아야 하고, 두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심미감이 비슷한 디자인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어린농부가 ‘똥빵’ 디자인을 권리로 확보했다면, 김○○ 씨 의 똥 모양의 제품은 어린농부의 ‘똥빵’ 디자인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김○○ 씨의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어린농부 입장에서 상당히 아쉬운 대목입니다. 즉, 디자인 특허권은 똑같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비슷한 디자인에 대한 제품도 제재할 수 있지만, 부정경쟁행위는 데드 카피로 볼 수 있는 제품만 대응할 수 있습니다.

20년간 보호되는 디자인 특허권

디자인 특허권의 또 다른 장점은 권리가 존속하는 기간입니다. 디자인 특허권은 디자인 등록이 신청된 날부터 20년 동안 유효하지만, 부정경쟁행위는 제품 형태를 갖춘 후 3년 동안만 유효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디자인 요소를 특정할 수 있는 부분 디자인 제도

또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때, 다양한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청인은 상품 형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다시 설명하겠지만, ‘부분 디자인’ 제도라고 합니다. 부분 디자인 제도를 활용하면, 디자인의 주요 부분을 모방하면서도 약간의 변형을 통해 모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상품 형태의 모방 행위가 그대로 베끼지 않고 다양한 변형으로 이루 어질 수 있다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부분 디자인 제도는 넓은 권리 범위의 디자인 특허권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을 감안하여 디자인이 완성되면 제품의 수명 주기나 사업 예산 등을 검토하여 디자인을 등록할지 말지를 결정 해야겠습니다.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디자인

히딩크 넥타이 사건

한편 디자인권이 없더라도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히딩크 넥타이 사건입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다음 페이지의 사진과 같은 넥타이를 착용하면서 ‘히딩크 넥타이’로 불리게 됩니다. 피고인 한국 관광공사가 오른쪽의 넥타이를 제작하자 저작권 분쟁이 발생합니다. 원고는 디자인권이 없었기 때문에 저작권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히딩크 넥타이에는 태극문양과 팔괘 문양으로 이루어진 모양이 연속적으로 반복되어 있는데, 원고는 이를 저작물이라고 주장하였으나 1, 2심에서 모두 패소하였고 대법원 판단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대법원(2003도7572)은 태극문양과 팔괘 문양이 넥타이라는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이 인정되는 ‘응용미술 저작물’이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저작권의 한계

원고가 저작권을 주장하여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하면서 어렵게 승소하였지만, 저작권은 디자인 특허권과 비교할 때 많은 단점을 가집니다.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권리가 발생되며 특정 물품에 제한되지 않지만, 분쟁이 발생한 경우 다른 사람이 모방하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며 모방하지 않은 경우에는 비슷한 저작물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반면 디자인 특허권은 모방 여부와 관계없이 늦게 디자인을 창작하여 권리를 가지는 자체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히딩크 넥타이 사건에서 원고가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하면서 분쟁을 해결하고 있는데, 디자인 특허권이 있었다면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쉽게 해결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작물은 저작권과 디자인 특허권으로 중첩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으므로, 저작권자는 디자인을 등록하여 재산을 만들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두어야겠습니다.

캐릭터 보호 방안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캐릭터

저작물과 관련되는 ‘캐릭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캐릭터는 저작물이므로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저작물의 모방이 발생하여 분쟁이 생기면 저작자나 창작 시기에 대한 입증의 어려움이 있으므로 저작물을 미리 등록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물을 등록할 수 있으며, 디자인 특허권과 다르게 심사 과정은 없습니다. 2013년 카카오는 카카오 프렌즈의 캐릭터인 무지, 네오, 어피치, 콘, 프로도, 튜브, 제이지에 대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미술저작물로 등록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무지는 저작자가 카카오이며, 창작일은 2012년 11월임을 명시하여 등록번호 C-2013-018792로 등록해두었습니다. 캐릭터의 명칭은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카카오프렌즈인 ‘무지’라는 명칭은 상표로 등록될 수는 있어도 저작권을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디자인 특허권으로 보호되는 캐릭터

캐릭터는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도 있지만, 물품을 지정하면 디자인 특허권으로 보호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를 인형 또는 완구라는 물품에 디자인을 등록하였습니다. 캐릭터를 디자인 특허권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물품마다 일일이 등록 절차를 받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겠지요. 사업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물품에 디자인을 등록하고, 나머지 물품은 화면에 나타나는 디자인, 전사지 등으로 보호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김태수 변리사

김태수 변리사입니다. 저는 지식재산을 알기 쉽게 꾸준히 강의하면서, , , 라는 도서를 발간하였습니다. 앞으로 지식재산 채널을 통하여, 지식재산의 이슈와 현황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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