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디자인 등록은 없다? 있다!

다이슨, 한국 디자인특허를 확보하지 못하다

다이슨은 이미 널리 보급된 제품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선풍기는 130년간 날개를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혁신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선풍기에 날개가 없다니 정말 멋진 일입니다. 처음 제품을 보았을 때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역시 다이슨이라는 분이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릴 만합니다.

다이슨은 2008년 6월 6일 영국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에 대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후, 미국에 2008년 12월 4일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여 다음과 같은 디자인권을 확보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한국에는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다이슨은 2009년 10월에 제품을 출시하고 2년 뒤에 한국 시장에 진입하게 됩니다.

다이슨-선풍기-미국-디자인

특허청에 따르면 날개 없는 선풍기가 한국에 정식 수입되기도 전에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 값싼 중국제 모조품들이 정가의 20% 정도의 가격(정품 약 40만 원, 모조품 약 8만 원)으로 버젓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혁신적인 제품이 출현하면 모조품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저가로 판매되기 마련입니다.

다이슨은 한국에서 모방품을 막을 수 있을까?

다이슨은 영국, 미국 등에는 디자인권이 있었지만, 한국에는 디자인권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제품을 한국에서 막을 수 있을까요? 디자인권은 디자인을 등록한 국가에만 효력이 있습니다. 어느 국가의 법률이 그 국가에만 미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라마다 디자인 등록을 별 도로 해야 한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놀라기도 합니다.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해외에 디자인을 등록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한국에는 디자인권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이슨은 자신의 제품 형태를 모방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라는 이유로 소를 제기하여 수입을 금지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 규정은 제품이 출시된 지 3년 동안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2009년 10월에 제품을 출시하였고 2년 뒤에 한국 시장에 진입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수입 금지 조치는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만 유효한 조치였습니다.

디자인 출원을 위한 해외 국가의 선정

그렇다면 전 세계에 디자인을 신청해야 할까요? 이는 해당 디자인의 중요성과 경영적 판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해당 디자인이 중요한 경우에는 많은 국가에서 디자인권을 확보하는 것이 좋겠지 만, 여러 국가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면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다양하고 많은 수의 디자인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에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필요한 주요 국 가에만 선택적으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통 기업에 디자인권이 필요한 주요 국가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그 제품의 주요 소비시장에 해당되는 국가에 디자인을 등록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리고 디자인 분쟁에 대비하여,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지식재산을 강하게 보호하는 국가에 디자인을 등록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중국, 유럽 등에 많은 디자인이 등록되고 있습니다.

우선권 주장 제도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후, 해외 국가에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각국의 언어와 제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만일 한국에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고 중국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중국에 먼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수도 있고 자신이 제품을 판매하여 세상에 알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중국에서 먼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디자인이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에 등록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습니다. 참으로 억울한 일이지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아주 오래 전에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고 6개월 내에만 중국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면, 그 사이에 일어난 일 때문에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즉, 한국에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였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다만 6개월이라는 기간을 지켜야만 합니다.

해외-디자인-우선권-기간

한국 기업의 디자인 등록 국가

그렇다면 한국인 또는 한국 기업은 어떤 국가의 디자인권을 확보하고 있을까요? 기존에는 디자인권을 포함한 해외 지식재산권의 확보는 미국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소비시장이 가장 컸으며, 지식재산 보호 정책도 가장 강력했기 때 문입니다. 요즘은 미국 중심의 소비 시장이 중국, 유럽 등 여러 나라로 분산되어 옮겨가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한국에게 가장 큰 수출 국가가 되었으며 디자인권 분쟁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 또는 한국 기업은 중국 디자인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꽤 오래 전부터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2015년 통계를 보면, 다음과 같이 한국인 또는 한국 기업은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 국가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먼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제는 세계 소비시장이 재편된다는 관점에서 주요 국가에 디자인권을 확보하는 ‘국가별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도 중요해졌습니다.

한국기업-해외-디자인-통계

국제 디자인 등록 제도

우선권을 주장해서 6개월 내에 국가마다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더라도 여전히 불편함이 있습니다. 각 국가의 언어와 제도에 맞게 디자인 등록을 별도로 신청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하여 국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언어로 한 번만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면 여러 국가에서 효력이 생기게 됩니다. 국제 디자인 등록 신청은 세계 지식재산 기구(WIPO)에 직접 제출할 수도 있지만, 한국 특허청에 바로 제출해도 됩니다. 참으로 편리한 제도입니다.

국제 등록일과 갱신

버버리는 다음과 같은 직물지 디자인을 국제 등록하였습니다. 버버리는 국제 등록 신청을 2018년 2월 9일 제출하였고, 세계 지식재산 기구의 국제사무국은 국제 등록 신청에 대하여 형식요건을 심사한 후 ‘국제 등록’을 진행합니다. 국제 등록일은 국제 등록 신청일과 동일한 2018년 2월 9일이 됩니다. 국제 등록 신청 일이 그대로 ‘국제 등록일’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존속 기간은 국제 등록일로부터 5년 후인 2023년 2월 9일입니다. 디자인 권리자는 5년마다 하나의 국제 등록을 갱신하면서 디자인권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버버리-국제등록-디자인

국제 디자인의 장점

국제 등록 이후에 신청인이 지정한 국가에서 심사되지만, 문제 없이 심사가 통과된다면 국제등록이 그대로 유효하게 되며, 심지어 해외 국가의 대리인을 선임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정 국가에서의 심사 기간은 국제 공개일로부터 6개월 또는 12개월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디자인권의 취득 여부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디자인은 ‘국제 등록’이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매력이 있습니다. 잠시 특허 이야기를 해드리지요. 특허의 경우, 국제 특허 ‘신청’만 있고 국제 특허 ‘등록’은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국제적으로 특허 등록을 받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계 특허권은 없다고 말합니다. 국제 특허 신청은 전 세계적으로 한 번에 ‘신청일’만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심사 및 등록은 각국의 절차에 따라야 합니다. 결국 국제 특허를 신청하더라도 국가마다 특허권이 별도로 발생되고 각각에 대해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국제 등록 신청이 그대로 ‘국제 등록’되며, 단지 각 국가에서 심사만 진행될 뿐입니다. 그야말로 ‘세계 디자인권’이 있는 것입니다. 국제 디자인 등록에 대한 헤이그 시스템은 1925년 출범 초기 유럽의 일부 국가인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 프랑스 등만 가입해 2004년까지 국제 디자인 출원의 99%를 유럽 국가가 차지하였지만 이후 2014~2015년에 한국, 일본, 미국이 헤이그 시스템에 연달아 가입했고, 중국까지 자국의 특허법을 개정하여 2022년에 가입함으로써 국제 조약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은 국제 디자인 분야에서 7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헤이그 시스템 가입 국가가 확대되면서 디자인의 국제 등록 신청은 ‘세계 디자인권’을 확보하는 통로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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