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가 상품의 출처로 인식되지 않는다면 상표 등록이 허용되지 않는다. 상품의 성질 표시 또는 지리적 명칭은 상품의 출처로 인식되지 않는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표를 오랫동안 자신의 브랜드로 사용하여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로 인식하게 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다음의 예시를 살펴보자.
‘해운대 암소갈비집’에 대한 상표 출원
가수 이효리 씨의 남편 이상순 씨의 친척이 운영한다고 알려진 ‘해운대암소갈비집’의 상표이다. 한식점의 상호를 제43류의 한식점업을 지정하여 상표를 출원하였다.

‘해운대 암소갈비집’에 대한 상표등록의 거절
상표등록을 신청하자 지식재산처는 상표등록을 거절한다. 이미 설명한 것처럼, ‘해운대’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있는 바닷가’로서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고, ‘암소갈비집’은 ‘암소를 재료로 사용 하는 갈비집’을 뜻하므로 성질표시에 해당한다. 따라서 현저한 지리적 명칭과 성질표시는 서비스의 출처를 표시하는 식별력이 없으며, 이러한 단어들의 조합은 일반 소비자가 누구의 서비스와 관련된 상표인지 식별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된다.
한식점 출처로서의 인지도
이에 상표등록 출원인은 거절 결정에 대해 불복한다(2020원2576). 거절결정에 대한 불복은 거절결정 불복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상표등록 출원인은 연간 100억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맛집으로 언론에 수 차례 보도된 점, 갈비집에 대한 검색량과 순위 그리고 브랜드 인지도 조사 등을 증거 자료로 제출하였다. 결국 ‘해운대암소갈비집’은 소비자에게 상표등록 출원인의 한식점으로 인식되었다는 점을 인정받아 상표 거절결정을 해소하고 상표등록에 성공하였다.
브랜드의 사용 행위로 인정받는 상표권
자신의 브랜드를 선택하고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인지도를 얻게 되면 상표의 사용 행위가 권리를 만든다. 본래 상표로 기능할 수 없는 단어라도 소비자에게 상표로 인식되면 상표의 기능을 비로소 발휘하게 된다. 상표 사용자를 보호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적 조치이다. 상표는 영어로 ‘trademark’이고, 여기서 ‘trade’는 상품의 거래나 서비스의 이용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거래 또는 이용하는데 활용되는 ‘mark’를 보호하는 당연한 규정이다.
실제 상표를 사용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지정
만일 ‘해운대 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를 사용하지 않은 ‘카페업’을 지정하여 상표등록을 출원하면 등록받을 수 없다. 소비자에게 한식점의 서비스업의 출처로 인식되어 인지도를 얻었을 뿐이지, ‘카페업’으로 인지도를 얻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표로 기능하지 못하는 식별력이 없는 단어는 이렇게 바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고, 상표 사용에 의한 인지도를 먼저 획득해야 한다.
‘삼양 새우깡’은 상표등록이 가능할까
새우깡 사례를 통해 다른 각도에서 식별력의 의미를 살펴보자. 농심 새우깡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던 상황에서, 1986년 삼양식품은 다음과 같은 상표등록을 출원한다. 또한 삼양식품은 농심의 ‘새우깡’에 대한 등록상표 제40-0029862호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심판을 청구하였다. 삼양식품과 농심은 ‘새우깡’이라는 상표를 두고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법적 분쟁에 빠져들었다. ‘새우깡’ 은 새우로 만든 과자라는 뜻인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농심만 ‘새우깡’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을까?

‘새우깡’의 1차적 의미
‘새우깡’은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을까? ‘새우깡’에서 ‘새우’는 과자를 새우로 만들었다는 것을 설명하며, ‘깡’은 과자류에서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결국 ‘새우깡’은 기본적으로 ‘새우로 만든 과자’라는 뜻으로 사용되어 상표로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다.
‘새우깡’의 2차적 의미
‘새우깡’은 새우로 만든 과자라는 뜻이지만, 농심이 오랫동안 사용하여 식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즉, ‘새우깡’이라고 하면 새우로 만든 과자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농심 새우깡’을 의미한다고 소비자에게 인식되었다. 농심이 ‘새우깡’을 1973년 상표로 등록하고 오랫동안 사용하였기에 ‘새우로 만든 과자’라는 의미를 넘어 ‘농심 새우깡’이라는 2차적 의미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예외적으로 상표의 2차적 의미를 인정받으려면, 상표의 사용기간, 판매량, 시장점유율, 광고의 방법 및 횟수 등 입증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새우깡’에 대한 대법원 판결
1990년 대법원(90후38)은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라는 CM송으로 농심이 광고를 진행해온 사실과 농심이 오랫동안 상표를 사용하며 소비자에게 널리 인식된 점을 들어, ‘새우깡’은 새우로 만든 과자라는 의미를 넘어 ‘농심의 새우깡’으로 인식되는 ‘상표로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결국 ‘삼양 새우깡’이라는 상표에서 ‘새우깡’은 농심이 소유하고 있는 상표와 유사하므로 상표등록 받을 수 없었다.
유명 브랜드가 상품의 명칭이 되는 경우
원래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상표라도 너무 유명해지면 상품의 보통명칭으로 불릴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초코파이’이다. 1974년부터 ‘오리온 초코파이’를 사용하였지만 롯데, 크라운, 해태 등 경쟁업체가 1979년경부터 초코파이 표장을 상품명으로 광범위하게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었다.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마치 ‘초코파이’가 상품의 종류를 나타내는 보통명칭인 것처럼 사용해왔다. 그 결과, ‘초코파이’는 원형의 작은 빵과자에 마쉬멜로우를 넣고 초콜릿을 바른 제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되어, ‘초코파이’라는 상표는 상품의 보통명칭으로 되어 식별력을 상실했다고 특허법원이 판결(99허185)함에 따라 이제 ‘초코파이’라는 명칭은 오리온뿐만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두쫀쿠’에 대한 법적 판단 결과는 없지만, ‘두쫀쿠’가 ‘두바이 쫀득 쿠키’라는 의미로 제과점, 카페, 소상공인,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쫀쿠’는 유명세 때문에 상품의 명칭으로 취급되어, 누구에게도 상표등록이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