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별력 없는 문자의 상표등록 전략

상표등록이 용이한 도형 상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상표는 등록을 포기해야 할까. 포기할 수 없다면 통상적으로 도형, 엠블럼 또는 심볼을 결합시켜 상표를 등록하게 된다. 보통 도형에는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도형이 상품 자체 또는 상품의 원재료 등 성질만을 표시하는 방법이라고 판단될 확률이 문자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돼지 도형과 관련된 상표는 음식점업을 지정하였으나 사실적으로 표현된 돼지의 사진만으로 구성되지 않았기에 등록되었다. 도형 상표는 서로 상표의 겉모습(외관)으로 비교하므로 서로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저작물을 이용하여 상표를 등록해서는 안 된다. 상표 등록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등록한 상표를 사용하면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도형상표-예시

커피빈의 상표등록 전략

성질표시 상표에 도형을 결합한 예시는 ‘커피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 전문점 커피빈은 다음과 같이 상표를 커피, 홍차라는 상품과 커피 전문점에 대해 등록시켰다. 이 상표에서 ‘Coffee Bean’과 ‘Tea Leaf’는 커피 원두와 찻잎을 설명하는 문구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다. 하지만 커피 원두와 찻잎으로 구성된 도형 때문에 상표등록이 가능했다. 커피빈은 식별력 있는 도형과 식별력 없는 문자를 합쳐서 상표를 등록하고, 커피 전문점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커피빈-등록상표

식별력에 대한 오해

상표에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수식하는 문자를 길게 붙여서 등록해달라고 요청한다. 예를 들어, ‘맛있는 사과’ 는 ‘사과’에 대해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으니 등록이 불가능하다고 하면, ‘안동에서 나오는 정말 맛있는 사과’라고 수식어나 부기적인 요소를 붙인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식별할 수 있는 힘’을 얻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한 식별력 관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수식어나 부기적인 요소는 소비자에게 브랜드로 인식되지 못한다. 브랜드로 인식되지 않는 부기적인 부분은 상표 심사에서 등록 여부 판단 대상으로 삼지도 않는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상표 유사 판단의 대상

코리아세븐이라는 회사는 커피 등에 ‘coffee bean cantabile’이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커피 전문점으로 유명해진 커피빈은 자신의 상표권과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한다. 동일한 상표가 등록되어도 안 되지만, 유사한 상표도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으므로 중복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상표라도 다른 사람이 먼저 신청하거나 등록한 상표와 비슷하다면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 이 정도면 분명 상표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상표가 서로 비슷하다는 이유로 거절되는 경우도 많다. 이 사례의 논쟁 핵심은 상표 유사 판단 대상을 어떤 것으로 결정할지이다. 커피빈은 도형과 문자를 결합시켰는데, 코리아세븐의 상표와 중복되는 부분은 ‘coffee bean’이다. 도형과 문자가 결합되어 있더라도, 문자만 분리하여 다른 상표와 유사한지 판단할 수 있다. ‘coffee bean’은 ‘커피 원두’라는 의미도 커피 또는 커피 전문점의 원재료를 의미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상표 유사 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인지도를 얻은 식별력 없는 문자

커피빈의 상표권에서 ‘coffee bean’은 본래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었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대법원 2011후835)로 식별력이 생겼다고 인정받는다. 처음에는 상표가 식별력이 없더라도, 상표의 사용기간, 판매량, 시장점유율, 광고의 방법 및 횟수 등을 입증 자료로 제출하면 추후 식별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즉 ‘coffee bean’이 ‘커피 원두’라는 1차적인 의미를 넘어 소비자에게 알려진 커피 전문점이라는 2차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다음의 판결 내용을 살펴보자.

커피빈의 식별력 취득에 대한 판단

『Coffee bean을 사용하는 매장이 2001. 5. 10. 청담점 1호점으로 개설된 이후, 2007년 말까지는 총 111개, 2008년 말까지는 총 148개, 2009년 말까지는 총 188개의 매장이 전국적으로 개설된 사실, 이들 매장을 관리하는 주식회사 커피빈코리아의 매출액은 2006년 350억 원, 2007년 679억 원, 2008년 917억 원, 2009년 1,112억 원을 기록한 사실, 2008. 5. 1.자 머니투데이에는 ‘세종로 중앙청사에 외국계 커피전문점 커피빈이 들어온다’라는 제목의 기사가…(중략)…각 실린 사실, 커피빈코리아는 2005년 및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 SQI) 1위를 수상하였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 한국산업 고객만족지수(KCSI) 1위를 수상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2009년 말을 기준으로 Coffee bean을 사용하는 매장의 수가 전국적으로 188개에 이르고, 이들 매장을 관리하는 주식회사 커피빈코리아는 국내에서 제2위의 커피체인점업체로서 2009년에 1,112억 원의 연 매출액을 달성하였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 한국산업 고객만족지수(KCSI) 1위를 수상하기도 하였으며, 매장들은 거래계에서 ‘커피빈’으로 약칭되어 왔고 특히 스타벅스가 ‘별다방’으로 애칭되는 것과 대비하여 커피빈은 ‘콩다방’으로 애칭되기도 하였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등록결정시인 2009. 9. 1. 무렵에는 거래사회에서 오랜 기간 사용된 결과 그 구성 중 애초 식별력이 없었거나 미약하였던 ‘coffee bean’ 부분이 수요자 간에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것인가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상표 인지도의 강력한 효과

커피빈의 사례처럼, 도형과 문자가 결합된 경우 이를 분리하여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 전체가 아닌 문자만 서로 비교하여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실제 소비자들은 브랜드에서 그 일부만으로 브랜드를 인식하고 부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실은 그 문자가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독점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 문자 부분을 비교하여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커피빈 사례에서 ‘coffee bean’이라는 문자가 과연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느냐를 따진 이유다. 이렇게 ‘coffee bean’ 부분이 ‘새우깡’ 상표처럼 식별력이 있는 상 표로 인정되자 ‘coffee bean cantabile’ 상표는 커피빈의 등록상표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무효가 되었다. 상표가 인지도를 획득하면, 커피빈 회사의 이익이 아닌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 때문에 법적 보호가 이루어진다. 상표 인지도 획득은 강력한 효과가 있다.

식별력 없는 문자의 상표등록 전략

만일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는 문자를 선택하였고 굳이 이러한 상표를 등록해야 할 상황이라면, 도형과 문자를 결합시켜 등록시키고 꾸준히 사용하여 식별력을 취득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식별력이 없는 상표의 문자만으로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동일한 업종에서 동일한 상표(문자)로 사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도형과 문자가 결합된 상표를 일단 등록한 후 사업이 성공 궤도에 오르면 문자만을 별도로 사용하면서 소비자에게 인식시키고 문자만의 상표를 등록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상표 또는 식별력이 있는지 없는지 모호한 상표에 적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는 문자를 상표로 등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도형 또는 엠블럼을 문자에 결합시켜 상표등록을 추진한다. 다만 식별력이 없으므로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사용하더라도 상표권으로 제재하지 못한다는 한계와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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