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출처’로 인식할 수 없는 상표

상표의 기본 기능

상표는 보통 브랜드라고 부른다. 브랜드라는 단어는 농장에서 키우는 소가 누구의 소유인지 ‘식별’하기 위하여 소의 피부에 인장을 찍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소비자는 상품에 표시된 상표를 보고 상품의 출처를 ‘식별’해낸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상품 포장 표시된 Galaxy 또는 iPhone을 보고 그 출처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상표는 소비자가 상품의 출처를 식별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를 ‘식별력’이라 부른다.

상품이나 서비스 출처표시의 귀속 주체

어떤 회사가 상품을 제조하고 판매한다면, 상품의 출처표시를 나타내는 상표는 그 회사에 귀속되고, 상표를 등록하여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제조사가 별도로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애플이 폭스콘(Foxconn)에 아이폰의 제조를 맡기더라도, ‘아이폰’이라는 상표는 제조사가 아닌 애플에 귀속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에 표시된 ‘아이폰’은 애플이라는 출처를 표시하기 때문이다. 다른 예시로 스마트폰의 소매업자가 ‘아이폰’을 판매한다고 하더라도, ‘아이폰’이라는 상표가 소매업자에게 귀속되지도 않는다. 또 다른 예시로 안경점에서 안경 렌즈와 안경테를 조립하여 소비자에게 안경을 제공하더라도, 안경 렌즈의 출처 표시나 안경테의 출처 표시가 안경점에 귀속되지 않으며 안경사 서비스의 출처 표시만 안경점에 귀속 된다. 이러한 상품이나 서비스 출처의 인식은 모두 소비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식별력은 상표 등록의 전제 조건

상표는 기본적으로 상품의 출처를 ‘식별할 수 있게 만드는 힘(식별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식별력이 없다면 상표 등록을 허용할 이유가 없다. 한편 식별력이 없다는 의미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누구나 사용해야 하는 상표는 혼자서 독점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는지는 그 상표가 사용되는 상품과 관련하여 따져보아야 한다. 만일 ‘사과’라는 상품에 대해 ‘애플’이라는 상표는 상품의 출처를 식별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없다. ‘사과’라는 상품에 ‘애플’이라는 상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 혼자서 독점해서는 안 된다. 만일 누군가 ‘컴퓨터’라는 상품에 ‘애플’이라는 상표를 사용하겠다고 하면 이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컴퓨터’의 브랜드로 ‘애플’을 사용하여 상품의 출처를 표시할 수 있다. 또한 이 상표를 누군가 독점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상표 등록 절차에서 먼저 출원되거나 등록된 상표의 유무에 앞서, 상표의 식별력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는 이유다.

상품의 보통명칭인 경우

앞에서 ‘애플’이라는 상표로 식별력의 유무를 구분하였다. 그렇다면 상표가 가진 ‘식별력’의 강도는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특허청 심사기준의 예시를 통해 식별력에 따른 상표의 구분에 대해 알아보자. 상표의 식별력은 그 상표가 사용되는 상품이 무엇인지가 중요한데, 상품이 ‘캔디’인 경우를 기준으로 살펴본다. 가장 식별력이 없는 상표는 보통명칭(상품의 일반 명칭) 상표이다. 상품이 ‘캔디’인데 그 명칭인 ‘CANDY’를 상표로 선택한다면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상표는 자기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하게 해줄 수 없으며, 특정인에게 독점을 허용할 수 없다.

상품의 성질을 설명하는 상표

보통 사람들은 상품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상표를 자신이 갖고 싶어 한다. 이렇게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상표를 ‘성질표시 상표’ 또는 ‘기술적 상표’라고 한다. ‘성질표시 상표’가 자주 문제가 되는 이유는 브랜드를 통하여 소비자에게 상품을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와, 다른 사람이 상품을 설명하는 문구를 사용하 지 못하도록 하고 싶은 심리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품이 ‘캔디’ 인데 ‘SWEET’를 상표로 선택한다면 원칙적으로 등록이 될 수 없다. ‘캔디’가 달콤하다는 ‘SWEET’라는 문구를 특정인만 상표로 사용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는 이유다.

상품의 성질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상표

만일 상품의 성질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정도의 상표라면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캔디’ 라는 상품의 상표로 ‘SWEETARTS’라는 상표를 선택했다면 등록 될 수 있다. ‘SWEET’라는 상표와 다르게 ‘SWEETARTS’는 ‘달콤하다’는 의미를 직접 전달하지 않아 식별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성질표시 상표’인지 ‘암시적 상표’인지 그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상품과 관련 없거나 창작한 상표

더 나아가 상품과 관련이 없는 용어를 상표로 선택한다면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임의선택’ 상표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상품이 ‘캔디’인데 ‘PRINCE’라는 상표를 선택한다면 식별할 수 있는 힘을 인정받을 수 있다. 더 강력한 상표는 세상에 없던 용어를 만드는 것이다. ‘창작 상표’ 또는 ‘조어 상표’라고 한다. 예를 들어 상품이 ‘캔디’인데 세상에 없던 용어인 ‘HONIVAL’을 상표로 선택한다면 식별할 수 있는 힘이 강력하여 등록이 가능하다. 토끼를 의미하는 영어 ‘rabbit’과 한글 ‘토끼’를 결합한 ‘라비또(rabito)’가 창작 상표에 해당한다.

지리적 명칭 상표

특히 상표에 지리적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리적 명칭은 그 지역에서 누구나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상표법에서 ‘현저한’ 지리적 명칭은 상표등록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데, 특허청 심사기준에서 국가, 도, 시, 군, 구의 명칭과 관광지, 번화가 등의 명칭을 말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천마산 곰탕’이라는 상표에서 ‘천마산’은 경기 양주군 화도면과 진건면 사이에 위치한 산으로 스키장 등 겨울 레저스포츠 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사시사철 산을 오를 수 있도록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는 등으로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천마산’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여 상표로 등록이 될 수 없다고 대법원(90후600)이 판시하였다. ‘두바이 쫀득 쿠키’도 ‘두바이’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고, ‘쫀득’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며, ‘쿠키’는 상품의 보통명칭이기에 상표등록을 받기 어렵다. ‘두쫀쿠’ 또한 상품의 보통명칭으로 인식되어 있으므로, 현재 상황에서 상표 등록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상표법에 나열된 식별력이 없는 예시

이렇게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상표에 대해서 법에서는 예시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보통명칭 상표,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상표, 성질표시 상표, 지리적 명칭, 흔히 있는 성 또는 명칭, 간단하고 흔히 있는 상표가 대표적이다.

흔히 있는 성 또는 명칭도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고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다. 흔히 있는 성 또는 명칭은 다수인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윤씨농방’, ‘PRESIDENT’가 있다. 간단하고 흔히 있는 표장도 자주 등록이 거절되고 있는데, 1글자의 한글이나 2글자 이내의 알파벳은 등록될 수 없다. 다만 LG와 같이 이미 유명해진 상표는 등록될 수 있으며, 외국문자 2글자를 ‘&’ 로 연결해도 거절되지 않는다.

댓글 남기기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