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의 출처표시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을 상표등록 대상으로 선정한다

상표등록 대상의 선정

브랜드 중 출처를 식별할 수 있는 부분의 선정

우리는 상표등록 절차을 함께 개괄적으로 알아보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상표등록 대상의 선정이다. 우리는 브랜드의 어떤 부분이 상표로서 기능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즉 상표는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구별해낼 수 있게 만드는 출처 표시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브랜드에서 출처를 식별할 수 있게 만드는 힘(식별력)이 있는 엠블럼(도안)이나 문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문자가 식별력이 없는 경우

브랜드 중 문자가 식별력이 없다면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엠블럼이나 도안을 결합하여 상표등록을 추진한다. 종종 문자 또는 로고 브랜드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설명하는 문구로 만들어져 단독으로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 이 경우 엠블럼이나 도안을 새롭게 개발하여 문자나 로고와 결합하여 상표등록 출원을 진행해야 한다. 엠블럼이나 도안은 보통 식별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문자 상표의 폰트 또는 디자인

어떤 사람들은 브랜드 중 문자의 폰트(글자체) 또는 디자인이 중요하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상표 제도에서 글자체나 문자의 디자인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디자인적인 요소가 있더라도, 그 상표를 보고 글자를 읽어낼 수 있는 정도라면 법률적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실무적으로 아직 브랜드의 글자체 또는 문자 디자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글자 그대로 타이핑하여 상표등록을 출원한다. 만일 글자체 또는 문자 디자인 작업이 기왕에 완료되었다면 디자인된 문자 그대로 상표등록을 신청한다.

입체적 형상이 상표등록의 대상이 되는 경우

입체적 형상을 상표로 등록하는 입체상표

상표등록 대상을 선정하는 개념을 더 이해하기 위해 입체 상표를 살펴보자. 글자나 그림이 아닌 입체적인 디자인(형상)을 상표로 등록한다니 어색할 수 있다. 이런 상표를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입체상표’라고 한다. 입체상표란 3차원적인 입체적인 형상 자체 또는 입체적 형상에 문자 등을 결합한 상표를 말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입체상표는 코카콜라 병, KFC 할아버지 인형이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와 일맥상통한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총체적인 이미지를 뜻하는 것으로 입체상표보다는 더 넓은 개념이다.

출처 표시 기능을 담당하는 입체 형상

입체상표는 물품의 외관 디자인을 보호하는 디자인보호법의 보호대상과 중첩되며, 입체적 형상이 대체적으로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기보다는 디자인적 요소가 많으므로 논란이 되었다. 어떤 입체적 형상이 상표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입체적 형상 자체가 소비자에게 브랜드로 인식되어 소비자가 상품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대체로 유명한 상품이거나 오랫동안 판매되어온 상품의 형상은 소비자에게 브랜드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코카콜라 병처럼 제품의 입체적 형상이 소비자에게 이미 브랜드로 인식되었다면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

롯데 아이스크림 스크류바, 수박바, 죠스바의 형상

입체상표의 상표등록 예시(상표등록 제40-1036102호, 제40-1036104호, 제40-1138531호)로, 롯데 아이스크림인 스크류바, 수박바, 죠스바의 형상이 상표로 등록되었다. 이 중 스크류바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스크류바에 대한 입체상표등록을 신청하자 특허청에서 상품의 형상을 표시하는 상표라는 이유로 거절되었지만, 롯데는 특허청의 거절결정에 불복하여 특허심판원에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받았다. 상품의 형상이 처음에는 브랜드로 기능하지 못하고 상품의 디자인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상품이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지면 상품의 형상이 브랜드의 기능을 수행한다. ‘사용에 의한 식별력’은 상품의 형상이 2차적인 의미인 브랜드의 기능을 갖게 되었음을 말한다.

롯데-아이스크림-입체상표

구체적으로 특허심판원(2012원8802)은 ‘스크류바’가 입체상표로 등록될 수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독점할 수 있는 상품의 형상인지 여부

“이 사건 상표의 경우 전체적인 형상이 다수의 굴곡진 홈통이 규칙적으로 세로로 배열되면서 상하 방향으로 비틀림 구조를 가지는 독특한 형상을 가지는 것으로서 아이스크림의 일반적인 형상이라 할 수 없으며, 그 형상 자체가 누구나 사용을 원하거나 흔히 사용되고 있는 형상도 아닐 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제품을 구성하는 데 필연적으로 사용되거나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형상으로도 볼 수 없다.”

스크류바의 형상이 아이스크림의 일반적인 형상이라면 특정인이 독점하기에 적절치 않다. 상표 등록은 특정인의 독점을 허용해주는 행정 절차이므로, 아이스크림의 일반적인 형상인 원기둥 또는 사각기둥을 상표로 등록해줄 수 없다. 또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상품의 형상이라면 특정 상품이 유명해졌다고 하더라도 상표등록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한 아이스크림 형상

특허심판원(2012원8802)의 심결을 이어서 살펴보면,

“또한, 이 사건 상표가 사용된 청구인의 아이스크림 제품(스크류바)이 1985년 출시된 이래 누적 판매량과 매출액이 각 22억 개, 3,000억 원에 달하는 점, 2000~2009년 집계된 광고비만 하더라도 약 54억 원에 달하고 이 사건 출원상표의 입체적 형상 그대로 광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점, 이 사건 출원상표의 독특한 모양을 강조하는 ‘이상하게 생겼네 롯데 스크류바, 빙빙 꼬였네 들쑥날쑥해 롯데 스크류바’라는 가사의 CM송을 제작하여 광고하여 널리 알려진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이 사건 상표는 아이스크림 관련 상품 분야에서 청구인의 상표로 인식되어 당해 지정상품의 출처표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롯데 스크류바는 판매량이 많고 판매 기간도 길며, 특히 우리 귀에 익숙한 ‘이상하게 생겼네 롯데 스크류바, 빙빙 꼬였네 들쑥날쑥해 롯데 스크류바’라는 가사의 CM송 등으로 광고한 점들을 분쟁과정에서 인정받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용된 결과, ‘스크류바’라는 글자가 표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스크류바를 알아볼 수 있다.  ‘스크류바’라는 글자가 아닌 스크류바의 아이스크림 형상 자체가 브랜드가 되었다. 상표등록의 대상을 선정할 때, 출처 표시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 상품의 형상 그 자체일 수 있다.

과자 포장지가 상표등록의 대상이 되는 경우

과자 포장지의 상표 등록

견과류 제품을 판매하는 머거본은 길림양행의 아몬드 제품에 대한 상표등록(제40-1134685호)이 무효라는 심판을 청구하여 다투게 되었다. 특이한 점은 이 등록된 상표가 아래와 같은 포장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보통 과장 포장지는 디자인으로 등록된다. ‘허니버터아몬드’가 제품의 브랜드인지 따져볼 수도 있지만, 포장 디자인이 상표로 등록되어 우리에게 좀 어색하다.

허니버터아몬드-과자-포장지-등록상표

‘허니버터아몬드’ 글자의 식별력

먼저 ‘허니버터아몬드’라는 글자는 제품의 ‘원재료’를 표시하는 것이므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상표는 자신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구별할 수 있게 만드는 표지인데, 상품의 원재료를 제품명으로 하는 경우 누구나 사용해야 하고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는 ‘식별력이 없는 문자’에 해당한다.

권리불요구제도(disclaimer)의 부존재

상표에 ‘허니버터아몬드’라는 글자가 포함되어 있어도 글자 자체는 상표 등록과 무관하다. 한국 상표 제도에는 자신의 상표권 중 권리가 없는 부분을 명확히 하는 권리불요구제도가 없다. 반면 미국 상표 제도는 권리불요구제도를 가지고 있다. 이 제도에 의하여 심사 과정에서 권리가 없는 부분을 기재하고 등록된다. 따라서 미국 상표등록부를 보고 권리가 있는 부분인지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현실적으로 상표권자를 포함한 일반인은 권리가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쉽게 구별해내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상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권리불요구제도의 도입도 논의가 필요하다.

과장 포장지 그림이 브랜드인가

그렇다면 포장 디자인이 등록된 이유는 ‘허니버터아몬드’라는 글자가 아닌 포장에 그려져 있는 그림 때문이다. 이 포장 디자인이 과연 자신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구별할 수 있게 만드는 ‘브랜드’인가 하는 점이 쟁점이 되었다.

특허법원(2019허2837)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포장 디자인이 브랜드라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는 이 사건 등록상표를 상표로 사용할 의사를 가지고 상표등록 출원을 하였고 실제로 허니버터아몬드 제품의 포장지 전면에 이 사건 등록상표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사용해온 점 ② 이 사건 등록상표 중 ‘허니버터아몬드’ 문자 부분은 식별력이 없고, 도형 부분만이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식별력이 있는 점 ③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 등의 이유로 높지 않은 주의력으로 제품을 고르는 과자, 스낵 등의 상품에는 새로운 제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초코파이, 새우깡, 허니버터아몬드 등의 식별력 없는 문자 상표를 제품의 상표로 흔히 사용하고 있어, 포장 전면에 표시된 도형상표가 상품의 식별표지로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점 ④ 수요자들 역시 과자, 스낵 등의 상품의 경우 포장 전면에 표시된 도형으로 제품의 출처를 식별하는 것이 일반적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등록상표 중 도형 부분은 상표로서의 출처표시기능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과자 제품의 브랜드와 디자인

과자 제품의 경우, 소비자가 높지 않은 주의력으로 제품을 고르고 제품명은 보통 제품을 설명하는 문구가 사용되기 때문에 포장 디자인이 브랜드의 역할을 한다. 과장의 포장지는 보통 디자인으로 등록되고 있었기 때문에, 상표와 디자인으로 동시에 등록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제품에 동일한 논리가 반드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소비자가 무엇을 보고 상품을 구별해서 구매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과자의 경우, 상표등록의 대상이 문자, 엠블럼뿐만 아니라 포장지 그 자체도 가능하다. 이제까지 알아본 바와 같이, 상표등록 대상을 선정하는 일은 단순히 문자나 엠블럼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일 그 이상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별해내는 부분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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